우리 동네에는 아주 낡은 아파트가 하나 있다. 아이들은 그 아파트를 ‘거지 아파트’라 부른다. 그리 좋은 이름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표현은 정확하다. 겉은 상처투성이고, 누더기 옷을 입은 것 같아 보인다. 나는 그 아파트를 20년 이상 봐왔지만 별 느낌은 없었다. ‘재개발된다고 한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 저러다 무너지는 거 아냐!’, 이 정도였다. 나는 그 아파트의 바로 옆에 산적도 있었다. 우리 집과 그 아파트는 꽤 어울리는 이웃이었다. 요즘도 하루에 적어도 2번은 그 앞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