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영 무엇이 문제인가?

매년 KM Survey Report를 발간하고 있는 KPMG 컨설팅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조사대상 기업의 79%가 지식경영이 경쟁적 우위를 점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처음 보고서가 발간될 당시의 부정적이고 유보적인 입장과는 달리 지식경영의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여서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지식경영과 KMS를 도입한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결과에 동의는 하면서도 실제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비만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의 기업들도 이런 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치유책을 찾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KMS는 지식경영의 전부인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론이 처음 소개될 당시만 해도 지식경영을 컨설팅기업과 컨설턴트들의 농간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잦았다. 많은 컨설팅 기업들은 지식경영을 눈에 보이는 상품인 KMS로 포장하여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팔려 했고, 이를 도입해야 할 입장에 있는 기업들은 그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곧 지식경영이 주류의 대열에 오르고 많은 기업들은 대세를 거역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현대 경영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지식경영이 연구대상에 올랐으며,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는 학계와 컨설팅기업, 솔루션 개발업체들을 KMS의 개발과 연구에 몰두하게 했다.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일본이 지식의 원천인 사람과 그 사람을 둘러싼 조직, 넓게는 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곧 이은 KMS 제품의 홍수로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은 지식경영과 KMS를 혼동하기 시작했다. 지식경영의 근본적 문제인 사람과 지식에 관한 배려 없이 기업들은 지식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KMS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지식을 등록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을 회유하고 혹사시켜야 했다. 그 결과는 참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많은 지식을 쌓으려고 노력할 수록 거대한 쓰레기 더미만 늘게 되는 좋지 않은 결과만 낳은 것이다. 이러한 평가가 지나칠 수 있으나 많은 경우에 있어 지식등록 횟수는 점점 줄어들고 등록된 지식의 가치는 형편없으며 그 활용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한다면 결코 쉽게 흘려 버릴 일만은 아니다.

지식경영은 작게는 자신과 자아 크게는 자신과 조직간의 인간관계를 통해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이르며, 자신과 조직의 유효성을 높이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KMS의 주요 목적이 지식의 효율적 관리와 활용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껏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지식경영을 몰아가고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아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Brainstorming, Town Meeting, Mentoring 등의 전통적 경영기법들이 오히려 지식을 효과적으로 창출하고 공유하는 과정에 적합하며 인간관계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지식경영에 대한 재해석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언어를 이용한 지식공유는 그 어떤 기술보다 뛰어난 도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KMS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지식경영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조직구성원들의 지식경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과 기술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 내 KMS의 도입은 지식경영의 시작도 전부도 아니다.


조직구성원과 합의했는가?

지식경영을 도입하는 많은 기업들은 사내 지식경영 팀을 만들고 그들을 통해 기업 내 전체 프로젝트를 전담하게 한다. 수개월의 과정을 통해 조직에 적합한 모델을 만들고 KMS를 구축한 후 나머지 조직 구성원들이 활발히 참여할 수 있는 보상체계를 만들어 지식경영의 최종적인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 후 지식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이 남아 지식경영의 구현을 위한 지원을 하게 된다. 지식경영 프로젝트 팀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수년의 과정을 통해 조직의 비전과 목표, 문제점들, 경영자의 의도 그리고 지식경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누구보다 명확한 이해를 하게 된다. 하지만 나머지는 어떠한가? 기업 내 3%의 인원이 나머지 97%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우리의 잘못된 조직구조와 운영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나머지 조직 구성원은 언제나 소외되고 있다. 그들은 지식경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할 기회도 없이 또 다른 힘든 업무 부담을 안게 되는 좋지 않은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지식경영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결코 쉽지 않다. 지식경영의 존재에 대한 물음과 회의라는 좌절의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을 경험하기란 어렵지 않다. 지식경영을 전파했던 많은 컨설팅 기업들이 더 이상 지식경영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거나, 지식경영의 대부를 자처하던 피터 드러커의 지식경영의 존재에 대한 회의는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물며 책 몇 권을 읽고, 보고서 몇 장을 써내며, 몇 시간의 교육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 지식경영을 이해했다고 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일 뿐이다. 지식경영에 대한 이해 없이 지식을 내놓도록 내몰리는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왜 지식경영을 실천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해의 차원을 떠나 그것이 조직과 자신들에게 줄 이익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단순히 최고경영층과 소수의 프로젝트 팀의 의해 주도되고 설계된 지식경영 모델을 강요받고 있다는 반발만 낳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왜 지식경영의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지, 최고경영자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완벽한 지식경영 모델을 만들기 이전에 왜 지식경영이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인지를 설명해 주었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지식경영의 주체가 종업원들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조직구성원 전체의 합의 없이 지식경영을 추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합의는 최고경영층의 의지를 조직구성원들에게 이해시키고 그들이 지식경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끊임없는 교육과 대화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며 최고경영층과의 직접적이고 제한 없는 대화 채널이 존재해야 한다. 기업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목표의 이해와 지식경영을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은 지식경영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최고경영층과 종업원간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조직 내 모든 사람들 사이에 동일 지향점으로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떻게 평가하고 보상할 것인가?

지식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얻게 될 자신의 이익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에 자신의 지식이 공유됨으로써 잃게 될 경쟁적 이점을 염려하는 목소리 또한 크다. 심한 경우 지식경영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조차 자신의 핵심 지식은 절대로 내놓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과 최고경영층을 신뢰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평가와 보상은 실질적으로 지식공유를 독려하기 위한 가장 명확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장기적 발전에 보탬이 되느냐 아니면 발전을 저해하게 되느냐가 결정된다.

많은 사례를 통해 나타나는 평가와 보상의 유형을 살펴보면 지식에 대한 공통적인 관점을 살펴볼 수 있다. 지식을 마치 기업의 재고품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생산단위로 인식된 조직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지식이 상품으로 팔렸을 때의 부가가치만큼 지식창출자의 공헌을 평가하고 그 만큼만 보상하는 것이다. 기업은 부가가치를 마일리지로 환산하여 각종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하지만 이 또한 모든 조직구성원들에게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조직은 개개인이 모여 이루어진 복잡한 인적 네트워크이다. 단 한 명의 머리에서 나온 지식이 온전히 조직의 지식으로 체화되어 효과를 낼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다. 조직의 지식은 개개인의 지식이 아닌 다수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출된 지식인 것이다. 지식의 평가와 보상은 이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지식이 얼마나 등록됐고 얼마나 사용되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생각은 평가와 보상이 지식관리시스템 내에 제한된 폐쇄적인 체계라는 한계점만을 드러낼 뿐이다.

평가와 보상은 조직구성원간 상호작용을 통해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을 때의 가치로 환산되어져야 한다. 평가와 보상은 개인과 개인이 속한 그룹이 동시에 고려되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낮은 성과를 보이는 그룹에 속해 있는 뛰어난 개인 지식창출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보상은 지식경영 프로세스를 벗어나 전사적 인사관리의 범주에 통합되어야 한다. 이미 지식의 창출과 활용이 조직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 지식활동 또한 임금관리와 진급에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식경영은 업무 외의 부가 활동이 아닌 업무 그 자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지식활동이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임을 최고경영층과 조직구성원 모두가 인식했을 때 지식의 올바른 평가와 보상이 가능하다.


목표는 무엇인가?

명확한 목표 없이 어떤 일도 시작할 수 없으며 일을 시작했다고 해도 성공에 이를 수는 없다. 목표가 없다는 것은 마치 모든 사람들이 다른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식경영의 실천을 위한 목표는 기업의 전사적인 비전과 부합하여야 한다. 하지만 조직 내 부서들의 수준에서는 그에 맞는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조직 전체의 비전이 불과 몇 명에 지나지 않는 부서의 목표와 같을 수는 없다. 지식경영을 개념이 모호한 경영이론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목표설정 문제에 대한 선입관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지식경영을 통합적이고 거시적인 이론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 각 부서의 상황에 맞는 세부적 목표를 설정할 수 있으며 그에 맞는 경영활동을 지원할 수도 있다.

각각의 개별 부서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목표치를 결정함으로써 지식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 만약 잦은 설계가 필요한 설계부서라면 그들이 가진 기존의 자료를 축적하고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설계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식활동을 통해 지난해와 비교해 몇 %의 비용을 절감할 것인가를 결정했다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목표가 될 것이다. 또 인적판매가 주가 되는 영업부서라면 각 영업사원들이 가진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지식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재구매율과 판매량을 얼마나 증가시킬 것인가를 구체적인 목표치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지식경영을 실천하기로 하고 KMS를 도입했다고 해서 막연히 기업의 성과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존의 업무활동과 지식경영활동에 혼란을 가지고 있는 조직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지식경영을 통해 얻고자하는 것과 기존의 경영활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최고경영자를 통해 지식경영의 비전이 제시되어야 하며 관리자층에서는 그에 맞는 세부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구성원 개개인이 이런 목표에 수긍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비전과 목표의 끊임없는 확인을 통해 조직구성원 전체가 지식경영을 올바른 방향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 그리고 신뢰가 중요하다

위의 4가지 물음을 통해 살펴본 문제들은 지식경영을 실천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이지만 동시에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이 지식경영을 도입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식경영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지식의 원천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우리에게는 너무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조직구성원은 지식을 창출하기 위한 기계가 아니며 돈 몇 푼에 지식을 파는 장사꾼도 아니다. 그들은 기업을 구성하는 본질이며 기업이 창출하는 성과의 주인공들이다. 최고경영자가 보기에 아무리 하찮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그들이 조직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마일리지와 여행권만으로 소중한 조직구성원들의 지식을 사려고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와 다름없다. 차라리 격려의 편지 한 통이 조직구성원을 동기부여 할 수 있으며 깨지지 않는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식경영에 있어 신뢰는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 신뢰는 조직구성원과의 대화와 경청을 통해 쌓을 수 있다. 그들과 진지하게 대화할 시간이 없다면 골프 칠 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 시간조차 아깝다면 기업의 미래는 없다.

※ 이 글은 2001년에 씌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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