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반란

뜻 모를 광고들이 넘쳐 나고 있다. 어떤 회사를 알리고, 무슨 제품을 팔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기만 해도 재미있고 탁월한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광고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제 광고는 진화를 거듭해 그 스스로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문화와 예술이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광고 그 자체에 열광하고 있는 듯 하다. 세계적인 광고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광고만을 모아 제공하는 웹사이트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현상이 우리들 눈 앞에 펼쳐 지고 있다. 그 열기가 더해 갈수록 광고회사와 광고장이들은 소위 ‘크리에이티브’가 넘쳐 나는 광고 만들기에 몰두해 가는 것 같다.

여러분들은 광고가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상실해 가는 듯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광고가 무엇을 선전하고 무엇을 팔려고 했는지 기억해 낼 수 있는가? 아니면 오직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강렬한 이미지만을 남기지는 않았는가?

“마케팅 반란”은 우리 모두가 묻고 있는 그리고 알고 싶어하는 문제들에 대해 거침없는 입담을 쏟아내고 있다. 광고 스스로가 택한 몰락의 길을 밝히고 이를 통해 PR이 가진 역할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쓰여진 책이다. 원제를 보면 그 의도가 뚜렷이 드러난다. “The Fall of Advertising and The Rise of PR”. 과연 알 리스의 책다운 제목이다.

세계적인 상을 수상한 광고가 그 광고주 회사의 매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알 리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답이지만 정작 광고회사들은 너무 쉽게 외면하고 마는 문제가 되고 말았다. 이제 광고는 브랜드를 창출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더불어 물건을 파는 능력마저도 퇴화해 가고 있다.

광고가 넘치고, 광고회사가 자랑해 마지 않는 크리에이티브가 넘쳐 나는 상황이 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광고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 “귀찮아 하거나 즐기거나.” 광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는 명확해 졌지만 정작 중요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브랜드를 창출해 내는가? 알 리스는 “PR”이라고 말한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PR이야 말로 소비자들의 신뢰와 브랜드 창출의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볼보가 안전한 차의 명성을 얻는데 언론의 역할이 가능 컸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가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OS가 되는데 에도 언론 홍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리눅스라고 하는 낯선 운영체제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에는 어떠한 광고도 필요치 않았다. 오직 그 자리에는 PR만이 있었다.

2000년 파이어스톤은 타이어 불량으로 650만 대의 타이어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Making It Right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이라는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누가 믿을 것인가? 이미 언론에는 불량 타이어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과 부상자들 그리고 각종 소송에 휩싸인 파이어스톤에 대해 뉴스가 보도된 후였다.

이제 PR의 시대가 온 것이다.

알 리스가 말하는 브랜드 포지셔닝의 가장 강력한 도구는 PR이다. 사람들의 의심이 많아지고 있는 오늘 날, PR이야말로 브랜드를 창출해 내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물론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광고가 무용하다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PR과 광고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알 리스의 책들이 그렇듯 “마케팅 반란” 또한 쉽고 빠르게 읽힌다. 막힘 없는 알 리스의 주장들은 통쾌하지만, 종종 논란의 여지를 남기며 이 책도 다르지 않다. 일방적으로 알 리스의 주장을 믿어서는 안 되겠지만 배척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책 읽기의 묘미 아닌가.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PR이 광고화되어 대중의 신뢰를 잃어 가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책을 읽는 내내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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