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택랭킹의 대안, Check-in

이전 글인 ‘스택 랭킹이란?’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인사평가 제도인 스택랭킹(Stack Ranking)’에 관해 알아 봤습니다. 스택랭킹은 ‘구성원들이 낸 성과를 수치화하고 서열화하는 인사평가 제도’를 지칭한다고 했습니다. 좀 거부감이 드는 단어가 있지 않나요? 저는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서열화’입니다.

제도의 핵심이기도 한 서열화가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특히나 평가의 공정성은 항상 제기되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 외에도 스택랭킹은 여러 한계점들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과 사내 관계에서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립니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저하되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또 매년 초 평가를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인적 자원을 낭비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2000년대 초반 Ford(포드)는 직원들의 집단 소송으로 스택랭킹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Microsoft(마이크로소프트)도 심각한 경쟁력 저하를 겪고 2013년 12월 공식적으로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의료기기 회사인 Medtronic(메드트로닉)이 Performance Acceleration이라는 제도를, 다국적 농업 기업인 Cargill(카길)이 Performance Management라는 제도를 스택랭킹 대신 도입했고요. 어도비(Adobe)도 스택랭킹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사평가 제도를 도입하며 이전에 겪었던 어려움들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Adobe가 겪은 어려움들

이 중에서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새로운 인사평가 방식이 Adobe의 ‘Check-in(체크인)’입니다. 특별한 방법은 아닙니다. 평가의 핵심이 ‘성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그렇다면 Adobe는 왜 이런 방법을 채택했을까요? 앞서 스택랭킹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Adobe도 그 한계를 절감했고, 그로 인해 발생했던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첫째, 상대평가로 인해 구성원들 사이의 협력이 저하된다.
둘째,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으로 인사평가 이후 이직이 증가한다.
셋째, Regency Effect로 성과가 측정 시점에 집중돼 성과 평가가 실질적인 목표 달성과 구성원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넷째, 평가 절차 및 양식 작성 등 제도가 복잡하고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이 과다하다.


Adobe의 새로운 인사평가 제도, Check-in

이렇게 문제점을 도출하고 나니 그 대안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당장 Adobe에 필요한 것은 ‘등급제 폐지’, ‘간소한 수시 피드백’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관리자의 역할 강화’였습니다. Adobe는 이런 목표에 잘 부합하도록 새로운 인사평가 방법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표1>은 그 원칙에 맞춰 설계된 Check-in의 실행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 내부 경쟁보다는 협업을 촉진하기 위하여 상대평가에 따른 등급 제도를 폐지한다.
둘째, 연 1회 성과 리뷰 방식에서 벗어나 수시로 피드백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셋째, 평가 절차와 양식을 최대한 간소화한다.
넷째, 평가 및 보상 제도 운영에서 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성과 창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표1: Check-in의 실행 방법>

정리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Check-in의 개념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혁신적이거나 새롭지도 않습니다. Check-in Conversation이라는 관리자와 구성원간의 개별 미팅을 통해 좀 더 자주 성과를 확인하되 그 성과를 수치화하거나 서열화하지 않는다는 점이 두드러질 뿐입니다. 보상을 전사 차원에서 하지도 않습니다. 회사는 보상에 관한 예산을 부서에 할당할 뿐, 해당 부문의 관리자가 스스로 판단해 구성원들의 보상을 결정하고 지급합니다.


Check-in의 성과와 향후 과제

그러면 Adobe는 Check-in을 통해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크게 구분해 보면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사 평가가 더 효과적이고 덜 복잡해졌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매년 2~3월이면 치솟았던 이직률이 약 30% 감소했다는 점이고요. 셋째는 저성과자 퇴직률이 2012~2014년 사이에 약 50%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다만 높은 수준의 목표와 수시 피드백으로 인해 구성원들의 스트레스가 증가한 것은 Check-in의 부정적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Check-in이 어떤 방법으로 실행되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간략하게 살펴 봤습니다. 그런데 아직 Check-in이 무슨 뜻인지는 알려 드리지 못했네요. Adobe 인사담당 임원의 말을 빌리면 Check-in은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자신이 만들어 가고 있는 성과가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이로써 그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자각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는 이상적인 제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혹시 그 자각이 강요되지는 않았는지, 획일화된 성향을 가진 사람들만 남게 되어 장기적으로 다양성을 해치게 되지는 않을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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