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경험의 새 발견, Warby Parker

아주 오래 전 자신의 얼굴 사진에 가상으로 안경을 씌워 볼 수 있는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의 평가를 부탁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실물을 썼을 때와 비교해서 느낌의 차이가 크지는 않을까 우려했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야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 되면서 사진과 실측 정보만으로도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이나 신발, 액세서리를 잘 고르는 소비자들이 늘었지만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잘못된 치수를 구매해서 반품하기도 하고, 혹시 몰라 여러 개의 치수를 함께 구매했다가 필요 없는 제품만 반품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제품들 중 안경은 특히 온라인 판매와 구매가 까다로운 제품인 것 같습니다. 판매자가 상세 치수를 제공하지만 직접 써 봐야 안경의 형태나 재질, 착용감에 따라 적당한 사이즈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입을 해도 안경 렌즈를 맞추기 위해서는 안경점을 방문해야 합니다. 안경 렌즈만 구입하면 눈치를 주는 안경점도 간혹 있다고 해서 안경테의 온라인 구매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처음 가상 착용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들었을 때, 좀 더 획기적인 기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3D 가상 피팅 방식’1)과 같은 첨단 기술 말이죠. 하지만 당시로서는 기술적 한계가 명확했고 다른 방식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전통적인 방식의 프로세스와 소비자 경험을 변화시키는 충분히 ‘가능한 시도들’을 말이죠.


고객과 만나는 방식을 혁신하다

대학원을 다니던 Dave Gilboa와 Neil Blumenthal은 처음에 미국의 비싼 안경 가격에 불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존 유통 방식에서 소비자들과 접촉하는 다양한 접점들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냅니다. 2010년 Warby Parker(워비 파커)를 설립한 창업자들은 먼저 중국 공장에서 안경테를 직접 들여와 온라인으로 판매해 가격 거품을 없앴습니다. 그리고 고객이 안경테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방식을 도입하기로 합니다.

바로 시험 착용할 안경을 모두 회사 비용으로 배송해 주는 것입니다.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비용 측면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할 일을 한 것입니다. ‘Home Try-On’라 불리는 이 서비스는 고객이 인터넷에서 고른 5개의 안경을 집으로 보내주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고객은 5일 동안 안경테들을 시착해 보고 맘에 드는 것을 하나 고른 후 모두 반송시키면 됩니다. 회사는 고객이 선택한 안경에 렌즈를 끼워 다시 발송해 주고 모든 배송 비용까지 부담합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도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안경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2)의 변화를 통해서 말이죠.

그리고 회사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으로 소비자 경험을 확장시키기까지 했습니다. 미국 전역에 Warby Parker의 안경을 둘러보고, 착용해 보고, 구매할 수 있는 15개의  매장과 4개의 쇼룸을 둔 것입니다. 혹시 O2O라고 들어 보셨나요? O2O는 ‘Online to Offline’의 약자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온라인 소비자와 연결하여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을 지칭3)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확연히 구별되어 있던 시장을 하나로 통합해 고객이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입니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고 받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소비자들은 인터넷으로 맘에 드는 제품을 훑어본 후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수령해 갈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소비자 경험이 추가된 셈입니다.


사회 기여의 가치사슬을 지원하다

Warby Parker가 유명해진 것은 단순히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영향만이 아닙니다. 요 몇 해 한참 잘 팔리던 탐스(Toms) 신발을 아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독특한 디자인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저개발국에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캠페인으로 유명해진 회사입니다.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공짜로 신발을 공급받게 된 지역의 신발 산업과 일자리에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주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4) Warby Parker 역시 기부 캠페인으로 회사 이름을 알리는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탐스와는 조금 다른 방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안경 하나를 구입하면 또 다른 안경 하나를 사회적 기업인 비전스프링(VisonSpring)에 기부하는 방식입니다. 기부된 안경은 탐스처럼 공짜로 나누어 주지 않습니다. 비전스프링은 지역 주민을 안경 판매원으로 고용해 시력 검사와 판매 방법 등을 교육한 후, 저렴한 가격에 안경을 판매하도록 돕고 그 수익을 나누어 줍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해당 지역의 안경 산업에도 영향을 적게 주어 탐스보다는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적 기부를 영리 사업의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비난을 줄이며, 두 개의 사업이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객 경험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다

마이클 포터의 가치사슬(value chain) 관점에서 보면 Warby Parker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핵심 성공 요인(CSF; critical success factor)을 만들어 냈습니다. 제품을 만들고 파는 것이 용이하도록 비슷한 가격대로 제품을 단일화하고, 제조와 유통 단가를 낮추기 위해 중국에서 제조하여 중간상 없이 직접 판매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온,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O2O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 시험 착용이라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Warby Parker의 전략적 강점은 전략 캔버스(strategy canvas)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고객 경험과 관계가 깊은 ‘선택과 구매 방법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안경점과 온라인 안경 쇼핑몰이 제공하지 못하는 독특한 가치를 제공해 차별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Warby Parker가 계속 성장을 거듭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고객 경험에서 만들어낸 변화의 가치가 스타트업 기업가들이나 시장에 전해 주는 의미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참고:

1) 에프엑스기어, 3D 가상 피팅 솔루션 ‘에프엑스미러’ 런칭, IT동아, 권명관, 2015.02.11
2) 고객 경험: 회사와 고객 사이의 상호작용 또는 상호작용의 산물
3) 온오프라인 연결하는 O2O, 혁신의 가능성 열려있다, LG경제연구원, 김종대, 김나경, 2015.03.31
4) 산타와 그 적들: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이야기, 굿모닝미디어, 2013.12.29
5) Warby Parker 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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