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직 모델, Holacracy

홀라크라시(holacracy)는 영국의 작가 아서 케슬러(Arthur Koestler)가 1967년 저술한 ‘자율적이면서 자급자족적인 결합체’라는 책에서 소개한 신조어 홀라키(holachy)와 지배를 뜻하는 크라시(cracy)를 조합한 합성어입니다. 홀라키는 책 제목 그대로 자율적이고 자급자족적인 결합체를 뜻합니다. 따라서 홀라크라시는 그런 결합체의 산물로 탄생한 조직 구조입니다.

홀라크라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서클(circle)이라고 하는 가장 기초가 되는 조직입니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모여서 만든 팀을 뜻합니다. 따라서 하나의 조직 내에는 여러 가지 역할이나 기능을 하는 다양한 서클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큰 서클 안에 작은 서클들이 여러 개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좀 쉽게 이해하려면 회사가 가장 큰 단위의 슈퍼 서클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회사는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할 팀들을 필요로 하고, 그런 역할을 할 서클들을 여러 개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림: 홀라크라시의 구조>

어떻게 운영하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홀라크라시는 서클이라는 팀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중요한 점은 서클은 누가 만들라고 시키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팀입니다. 따라서 서클은 만들어진 후 서클과 서클 구성원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일은 커버넌스(governance meeting)을 통해 결정됩니다. 거버넌스 미팅에서 역할을 결정하고 책임과 권한을 분배하게 됩니다. 또 서클을 이끌 책임자인 링크(link)를 뽑기도 하고요.

거버넌스 미팅은 매일 개최되는 ‘Daily Stand-Up Meeting’과 매주 개최는 ‘Weekly Tactical Meeting’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매일 하는 미팅에서는 오늘 할 일과 관련된 정보를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공유하게 됩니다. 주간 미팅에서는 성과와 계획을 좀 더 심도 깊게 다루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서클 내에 또 다른 서클을 만들거나 책임자를 정하고 바꾸는 일 같이 좀 무거운 일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서클 안에 서클이 생길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때는 Link라고 불리는 두 서클의 책임자들이 서로의 거버넌스 미팅에 참여해 정보를 공유합니다.

거버넌스 미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하고 있는 역할의 이상적 상태와 현재 상태와의 차이입니다. 이 차이를 텐션(tension)이라고 지칭하는데 거버넌스 미팅에서 텐션을 감지하게 되면 업무를 검토하고, 수정하고, 새롭게 반영해 피드백을 주고 받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이 순환하며 텐션의 크기를 줄이게 되고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되는 것입니다.


홀라크라시의 특징들

변화에 빠르게 대응. 기존 조직 체계에서는 일의 담당자와 결정권자가 다르고 복잡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홀라크라시 체제하에서는 그 역할을 담당하는 서클이 바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죠. 따라서 환경이나 상황 변화에 매우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명쾌하고 투명한 조직구조. 전통적 조직 체계에서는 복잡성의 증가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홀라크라시 하에서는 역할에 따라 조직이 나누어집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그 역할에 권한과 책임이 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모두가 리더. 홀라크라시 체제 하에서는 권한이 사람이 아닌 역할에 부여됩니다. 따라서 해당 역할을 담당한 직원들은 기존 조직의 리더들이 갖는 권한과 책임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계점들

홀라크라시를 도입한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미국 최대의 신발, 의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자포스(Zappos)입니다. 올해 5월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자포스는 4월 홀라크라시의 전면 도입을 선언했고 이 조치의 여파로 전체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210여명이 퇴사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직책을 잃는 것에 대해 관리자층의 불만과 불안이 컸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동기부여 요인이 사라진 결과이기도 하고요.

이외에도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통제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큰 조직에서 이런 우려가 큽니다. 관리자가 없는 대표적인 기업들 중 큰 조직이라 할 만한 회사는 고어텍스를 만드는 W. L. GORE & ASSOCIATES 정도가 다 입니다. 작은 기업들이 대부분이고, 작을 수 밖에 없는 성장 한계의 이유가 관리자가 없는 조직 구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받고 있습니다.

관리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관리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힘을 불공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보통 오래 일한 직원 중에 자기 힘을 과시하며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자율성을 깨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는 문제들 말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홀라크라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조금 낮추고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 홀라크라시와 같은 관리자 없는 조직이 잘 맞는 문화를 가꿔온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예외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유행을 쫓는다면 기존에 쌓아 왔던 것들까지 모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참고:

1) Holacracy,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Holarchy)
2) Holacracy, Discover A Better Way of Working, HolacracyOne, LLC
3) 구조로 풀어내는 혁신, 홀라크라시(Holacracy): 자포스의 대담한 실험, Impact Business Review, 2014.04.17.
4) 미국 ‘꿈의 직장’ 자포스 직원 14% 줄사표 왜?, 서울경제, 201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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