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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판매하는 새로운 방식

최근 일본에서 줄을 서서 사야 될 정도로 인기가 좋은 시계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작년 3월 회사 설립 후 7월 첫 제품을 출시한 Knot이라는 브랜드의 시계입니다. 왜 인기가 좋냐고요?

우선 예쁩니다. 깔끔하고 심플한 모양으로 대중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는 노모스와 바우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과 닮아 있습니다. 게다가 판매되는 가격대에서는 채택이 어려운 고가의 사파이어 글라스가 장착되어 있기도 합니다. 회사 대표에 따르면 통상 이 정도 품질의 시계라면 3배 정도 가격에 팔아도 될 만한 수준이라고 하네요.

판매 가격은 14,000에서 20,000엔 사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표의 설명대로라면 4~6만엔, 대충 우리 돈으로 하면 40~60만원 정도 대의 시계를 20만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품질의 부품을 쓰면서 인건비가 비싼 일본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어떻게 1/3의 가격에 공급될 수 있었을까요?

혹시 팩토리 브랜드(Factory Brand)라고 들어보셨나요. 유통과정을 완전히 생략한 판매 방식 말입니다. 제가 작년 초쯤 해외 뉴스를 보다가 우연히 Braithwait이라는 시계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벤처 회사를 알게 됐는데요, 독특한 판매 방식에 홀려서 쿼츠 시계를 하나 구매하게 됐습니다. 바로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거품을 없애 고가의 시계를 싸게 주겠다는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Braithwait에 따르면 보통 원가 $75의 시계는 15%의 수수료를 붙여 판매 에이전트에게 넘겨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판매 에이전트는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책정해 소매점에 넘기고, 소매점은 그 금액에 2배에 달하는 가격을 소매가로 책정한다고 합니다. $75짜리 시계의 소매가가 약 $500가 되는 셈입니다. Braithwait은 이 유통 과정을 없애고 직접 판매해서 원가 $75짜리 시계를 소비자가 $500가 아닌 $150에 팔 수 있었습니다.

<표: 시계 유통 과정1)>

회사는 소비자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 웹사이트에 채용된 부품과 원가를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150짜리 시계지만 고가 시계에만 채택하는 사파이어 글래스와 스위스 쿼츠 무브먼트를 썼습니다. 각 부품의 원가는 $14.15와 $10이라고 하네요. 스테인리스 케이스, 다이얼, 스트랩, 코팅에 소요된 비용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색다른 판매 방식입니다. Braithwait은 제품에 사용된 원가와 유통에 소요된 비용을 모두 공개해 신뢰를 확보하고, 소비자들이 지출하는 금액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대형 마트에 생필품을 사러 다녀왔습니다. 유제품 코너에 갔더니 마트 PB(Private Brand) 제품과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잘 진열돼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PB 브랜드 제품이 더 싸죠. 비슷한 품질에 싼 가격이 PB 제품의 장점입니다. ‘우유’라는 제품 그 자체가 필요한 소비자들의 요구(needs)를 충분히 충족시키는 제품이어서 잘 팔립니다. 하지만 독특한 브랜드를 달고 있는 비싼 제품들도 잘 팔립니다. ‘무슨 목장’같은 제품들 말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wants)를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시면 더 건강해 질 것 같고, 뭔가 더 나은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그 만큼 더 비싼 가격을 치루고 라도 사게 되는 것입니다. 각 제품 사이에 확연한 포지션의 차이가 보입니다.

그렇다면 Knot와 Braithwait은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걸까요? 두 브랜드의 제품에서는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필요하다는 소비자들의 요구(needs) 외에 뭔가가 함께 전달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 인기의 원인이 단순하게 유통 혁신을 통한 저가격 판매라는 전략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합리적 품질에 싼 시계는 세상에 널렸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가치가 더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판매 전략에 있어서 Knot과 Braithwait이 자리하고 있는 위치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2000년대 초 현란한 언론 플레이와 스타 마케팅으로 8만원짜리 시계를 580만원으로 둔갑시켰던 ‘빈센트 앤 코’라는 가짜 명품 시계 브랜드를 아시나요? 브랜드에 환상을 심어 넣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뻔한 공식을 썼습니다. 좀 극단적인 사례지만 브랜드 가치가 주는 막강한 힘을 느끼게 해 주는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not와 Braithwait은 이전 시계 산업에서 쓰던 것과는 다른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원가를 공개했고, 유통 혁신으로 절약한 경제적 효과를 소비자들과 나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했습니다. 싼 가격이지만 결코 싸구려 품질이 아니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고, 고급 시계를 경제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요구와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고 버무리는 절묘한 위치를 선점한 것입니다.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의 영향으로 스위스 시계의 수출 실적이 2009년 이후 가장 부진하다고 합니다.2) 일본에서는 중저가 시계를 연간 100만개씩 생산하던 브랜드들이 거의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고요. 그리고 스위스의 대표적인 명품 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가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기에 이르렀습니다. 변화가 오고 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 됐습니다. Knot와 Braithwait이 시장의 주류는 아닙니다. 하지만 새로운 브랜드와 판매 전략을 토대로 그 변화의 한 몫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1) Knot, Braithwait Homepage
2) Swiss Watch Exports Slump Most Since 2009 Amid Apple Watch Debut, Bloomberg, June 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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