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즐거움, Blue Apron

Ernst & Young에 따르면 2014년 글로벌 벤처 투자 활동이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특히나 Consumer Service 부문에 대한 투자가 IT, Healthcare, Business & Financial Service 등의 부문과 비교해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투자 시장을 압도하고 있습니다.주1)

언뜻 생각하면 최첨단의 신기술 기반 벤처에 대한 선호가 높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 시장에서 변화가 목격됐습니다. 검증된 시장과 고객이 존재해 온 기존의 서비스 부문에 작은 혁신을 불어넣은 서비스들이 다시 벤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 역시 그런 흐름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벤처 회사 중 하나입니다.


생활의 재발견

2012년 8월 설립된 블루 에이프런은 신선한 식재료들과 함께 요리 레시피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다 조리된 음식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 직전 상태의 식재료들을 배달해 주는 것입니다.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식단을 짜고 식재료들을 쇼핑하는 번거로움은 덜어 내고, 요리 과정을 즐기며 가족들과 함께 먹는 즐거움만을 남긴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주문하는 방식은 아니고 구독 상거래(subscription commerce) 방식의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비스 이용자들은 2인 기준 매주 3개의 조리 전 음식 상자를 받는 조건으로 $59.94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는 1식에 $9.99에 해당하는 것으로 회사에 따르면 배달되는 식재료를 직접 구입할 때보다 평균 60센트 정도 저렴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서비스는 아니지만 2015년 1월 기준 매달 1억 개의 음식 상자를 고객들에게 배달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블루 에이프런의 가치제안

완전히 조리된 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이 더 편하겠지만 블루 에이프런은 일상 생활 양식의 일부분에 작은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기존 식품 산업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끼워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은 블루 에이프런이 고객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블루 에이프런의 가치제안은 매우 단순합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양질의 음식들을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음식을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동시에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눈으로 확인한 좋은 재료와 건강한 레시피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블루 에이프런의 가치제안은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 결과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한계를 넘어

이런 탁월한 성과에 걸맞게 블루 에이프런은 최근 약 2억 달러(약 2조 2,424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Fidelity Management와 Research Company로부터 1억 3,500만 달러(약 1,514억 원)의 Series D 투자를 받았다고 합니다.주2) 특별할 것 없는 비즈니스 모델처럼 보이지만 가파른 성장세와 제한이 없는 시장 규모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시장 선점 효과와 구독 상거래 모델이 갖는 성과의 예측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도 e-Commerce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식품 산업에서 블루 에이프런이 보여준 역량이 돋보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구독 상거래 모델은 큰 문제점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고객들이 느끼는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입니다. 구독 초기에 신선하게 여겨졌던 제품들이 매월 쌓여갈수록, 고객들은 점점 식상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마치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난 것 같은 불쾌감이 듭니다. 구독을 끊어도 생활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고객들은 대안을 찾아 떠나 버리고 맙니다. 블루 에이프런이 넘어야 할 한계이자 또 다른 가치제안을 개발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각주:

 주1) Venture Capital Insight – 4Q14, January 2015, EY
 주2) Blue Apron secures $135m Series D round, June 9, 2015, Red Herring
 주3) Image courtesy of Blue Apron’s 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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