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택 랭킹이란?

GE의 옛 CEO였던 잭 웰치(Jack Welch)가 탁월한 성과를 내며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던 시절, 그의 인사평가 방식도 세상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위 10%의 저성과자를 매년 퇴직시키는 다소 과격한 인사평가 시스템이 그것입니다.

구성원들을 평가한 점수를 기준으로 층을 쌓듯이 서열화한다고 해서 보통은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라고 부릅니다. 점수 순으로 사람들을 세우고, 끄트머리에 있는 사람들을 교체한다는 의미에서 Rank and Yank라고도 하고요. 이 밖에도 Forced Ranking, Forced Distribution, Quota-based Differentiation으로 지칭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명칭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단순합니다. 바로 ‘구성원들의 성과를 점수 또는 등급으로 환산해 평가하는 인사평가 방식’이 스택 랭킹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대중화한 사람이 GE의 잭 웰치입니다. 잭 웰치는 성과를 평가할 때 ‘능력의 차이’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구성원간의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매년 사업부별로 A등급인 상위 20%, B등급인 중위 70%, C등급인 하위 10%로 사람들을 구분했습니다. A등급인 구성원들에게는 B등급의 2~3배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했고 많은 양의 스톡옵션까지 부여했습니다. B등급에게는 고정 임금 인상과 일부 구성원에 대한 스톡옵션이 부여됐고요. 슬픈 이야기지만 C등급은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스택 랭킹의 효과인지, 아니면 다른 혁신적인 경영 활동들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GE는 탁월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여파로 GE의 인사평가 시스템은 World Best Practice가 됐고, Microsoft, Ford, GlaxoSmithKline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들이 앞다투어 스택 랭킹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012년을 기점으로 Fortune 500대 기업의 60%가 스택 랭킹을 활용해 구성원들을 평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스택 랭킹은 최고의 인사평가 시스템?

2013년 12월경 Microsoft가 스택 랭킹을 포기한다는 기사가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CEO였던 스티브 발머가 사임한 이후 안팎에서 문제가 제기됐던 인사 정책을 바꾼 것입니다. 2006년 공식적인 도입 이후 약 7년만의 일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Microsoft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윈도우 비스타, 검색엔진 빙, 서피스 태블릿, 웹브라우저 등 여러 프로젝트에서 저조한 실적과 경쟁력 저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전문가들이 지적한 경쟁력 저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협력’과 ‘창의적 문화’의 약화에 있었습니다. 특히 구성원들을 평가하기 위해 운영된 스택 랭킹 기반의 성과 관리 제도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성과로 서열화하고 이로 보상하는 방식이 회사 내부에서 구성원간 경쟁을 유발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장과 경쟁하기 위해 회사의 역량을 쏟아 붓기 보다는, 남보다 더 나은 보상을 쟁취하고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역량을 소진하고 만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보이지 않게 정치적 싸움과 비윤리적 행위가 늘어나는 것은 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외에도 스택 랭킹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가치, 그리고 성과를 내기 위해 거치는 과정을 고려하지 않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A라는 부문에서 C등급을 받은 직원이 B라는 부문에서는 A등급을 받을 자질과 능력을 가졌을 수도 있지만 잘못된 배치로 인해 회사에서 쫓겨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례를 들어 보면, 1년의 거의 대부분을 열심히 일하고 노력했지만 성과를 평가 받는 시기에 생긴 외부적 문제로 인해 한 해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에 연말에 반짝하는 성과와 자기 PR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택 랭킹은 내부 협력이 중시되는 조직에서 분명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찾아나서는 기업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Adobe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Check-in이라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관리하는 방법을 고안해 도입한 것입니다. 이 부분은 추후에 다른 글을 통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스택 랭킹의 대표 주자였던 GE마저도 잭 웰치 사임 이후 하위 10%를 퇴직시키는 것보다는 팀 빌딩(Team Building)을 강조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스택 랭킹은 단기적인 성과를 필요로 하거나, 팀보다는 개인적 역량이 두드러지게 요구되는 경우에는 효과적인 성과 관리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이나 조직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맺음말

짧게나마 스택 랭킹이 무엇인지를 살펴봤습니다. 너무 스택 랭킹의 단점과 한계점만을 부각해서 본 것은 아닌지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분명히 한 시대를 풍미하며 선명한 성과를 보여줬고,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들이 유효한 평가 모델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가진 열등감과 이기심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고,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성과 관리 모델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크기야 제각기 다르겠지만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인정하며, 그렇게 만들어 낸 성과를 공정하고 흔쾌히 나눌 수 있는 직장을 꿈꿔봅니다. 마지막으로 품질관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에드워드 데밍이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를 곱씹으며 스택 랭킹을 대체할 좋은 대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다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상대평가 기반의 성과관리 제도가 단기 성과주의를 촉진하며, 장기 계획 수립을 저해한다. 조직 내 두려움을 촉발하며, 팀워크를 저해하고 내부 경쟁과 사내 정치를 조장한다.” – 에드워드 데밍

참고:
1) GE의 인사회의, Session C, 2005년 12월 29일, 홍승완

2) Vitality curve, Wikipedia
3) 기업의 평가 제도 경쟁보다 협력이 중시되기 시작, LG Business Insight, 2015년 1월 28일, 전재권
4) Image courtesy of freeimages.com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