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관리하는 기업

기업의 재무적 성과, 회사 웹 사이트 트래픽 등 정량적 요소들을 분석해 보여 주는 웹 기반 대시보드(dashboard) 서비스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람’과 ‘문화’에 관해서는 어떨까요? 직원들이 느끼는 행복의 크기와 감정, 생각의 변화들을 한눈에 보여 주는 솔루션은 없을까요? 이러한 현실에 착안해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서비스를 개발한 벤처 회사가 있습니다.


커리어케이션(Careercation)을 떠남

David Niu는 2개의 기업을 창업하고 운영하는 동안 자신의 삶이 소진되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여행을 준비했고, 여행의 명칭을 커리어케이션(Careercation)이라 정했습니다. 커리어케이션은 Career와 Vacation을 결합한 David만의 신조어로 그의 해석에 따르면,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전통적 방식을 따라 노후를 준비하고 은퇴하기 보다는, 내 삶을 충전하고 새롭게 하며 커리어에 관한 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도록 긴 여행을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돌아보고, 이와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는 자아 성찰의 여행인 것입니다.

그는 2012년 그의 아내와 10개월 된 딸을 데리고 첫 번째 커리어케이션을 떠났습니다. 가지고 있던 모든 물건들을 처분해 재산을 정리하고, 뉴질랜드로 떠나는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한국, 중국, 베트남, 홍콩, 타이완을 여행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커리어케이션을 떠나기 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목표를 정했습니다.

  • 가족들과 함께 멋진 기억을 공유한다
  • 가는 곳마다 CEO, 창업자들과 만나 Best Practice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는 여행 중 30명의 창업자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내용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CEO들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기업의 크기나 위치, 산업 등의 환경 요인과 관계없이 ‘사람’을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직원들의 감정을 통찰할 서비스의 개발

모든 기업들은 예외 없이 그들의 재무 성과를 분석하고 이를 여러 방면에서 활용합니다. 그리고 이런 분석을 좀 더 편리하게 해 줄 솔루션이나 방법론 등을 도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다루기 어려운 직원들에 관해서는 어떨까요? 조직에 대한 그들의 감정이나 생각, 태도 등은 잘 관리되거나 분석되고 있을까요?

David은 커리어케이션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이러한 의문을 해결해 줄 서비스를 개발하고 런칭했습니다. 그는 여행 후 벤처 기업인 TINYhr을 창업했고, 이어 TINYpulse라는 SaaS(Software as a Service)기반의 솔루션을 출시했습니다.

TINYpulse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절차를 통해 매주 직원들의 상태를 파악합니다.

  1. 조직 구성원들에게 간략한 설문이 담긴 이메일 발송
  2. 조직 구성원은 발송된 설문에 익명으로 응답
  3. 관리자는 웹에서 설문 결과를 확인
  4. 누적된 결과를 구성원들과 공유

설문에 담긴 내용은 조직 구성원들의 감정 상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기업의 관리자가 일부 내용을 수정할 수는 있지만 그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아래는 설문 내용의 간략한 사례입니다.

  • 직장에서 얼마나 행복한지를 1(가장 불행)부터 10(가장 행복) 사이의 숫자에서 선택하세요
  • 조직의 비전, 목표, 가치들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세요
  • 우리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진정으로 중요한 것

TINYpulse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직원들의 성과가 아닌 그들이 느끼는 감정, 더 구체적으로는 행복감이나 만족감과 같은 정량화하기 힘든 요소들을 파악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렇게 파악된 결과는 대조군과의 비교(benchmark)를 통해 개개인 혹은 일정 조직 단위가 회사에 대해 가지는 만족의 수준을 인식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개인과 조직이 내는 성과를 평가하는 것에만 주력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직원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파악하고 행복감을 높이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관리해 온 기업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세대가 이끄는 가치관의 변화는 성과 창출을 위한 HR 전략의 변화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기업의 ‘사람’과 ‘문화’를 통찰해 볼 수 있는 작은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TINYpulse 사례를 활용해 우리 회사만의 방법론을 구상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재무적 성과’와 ‘조직 구성원의 행복’이 갖는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시도는 더욱 빛날 것입니다.


참고:
1) Knowledge@Wharton, TINYhr, Wikipedia
2) Image courtesy of TINYpulse’s home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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