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만드는 비즈니스, 슈퍼잼

작년 가을쯤 잼을 만드는 영국 청년 한 명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24살 청년인 그의 이름은 프레이저 도허티(Fraser Doherty)입니다. 무설탕 천연 과일잼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젊은 사업가로 슈퍼잼(SuperJam)이라는 브랜드의 제품을 전세계 약 2,000여 개의 매장에서 팔고 있습니다.

연간 생산량이 약 100만 병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정식으로 팔리기 시작했는데 가격은 212g 작은 병 하나에 만원 정도입니다.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무설탕에 100% 과일로만 만든 건강한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잼을 만들어 파는 회사는 세상에 많습니다. 하지만 슈퍼잼처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이를 활용해 꾸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 회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슈퍼잼과 잼을 만들어 낸 프레이저 도허티의 이야기를 통해 제품의 성공 배경과 사업에 관한 그의 생각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허티와 슈퍼잼 이야기

도허티는 8살 때 처음 사업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린피스를 위해 학교에서 케익을 만들어 팔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14살 때였습니다.  잼을 맛있게 만들던 할머니 수전 도허티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단돈 2파운드에 재료를 사 잼을 만들어 판 것이 시초였습니다. 도허티는 4파운드를 벌었고 슈퍼잼 사업을 향한 첫걸음을 뗐습니다.

그는 12살 때 아버지가 엔지니어로 일하다 해고된 것을 보고 직장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열정을 모두 쏟을 일을 찾고 싶어했고, 잼을 만들어 파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웃에게 판 최초의 잼을 시작으로 동네 시장에서 몇 병씩 팔리던 것이, 2~3년이 지난 후에는 일주일에 1,000병씩이나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가족이 잼 만들어 파는 일에 매달릴 정도로 바빴고, 도허티는 자연스럽게 큰 비즈니스로의 잼 사업을 구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그가 16살이 되던 해에 영국의 메이저 슈퍼마켓 체인인 Waitrose가 개최하는 ‘Meet the buyer day’에 참석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는 아주 커다란 아버지의 양복을 빌려 입고, 잼 사업에 관한 아이디어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당돌하고 어설픈 그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던 것일까요? Waitrose의 바이어는 도허티에게 사업에 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이야기해 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그가 진정으로 꿈꾸던 ‘진짜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Waitrose와의 첫 번째 만남 이후 도허티는 잼 시장을 분석했습니다. 설탕 함유량이 70~80% 이르는 건강하지 못한 제품 이미지와 오랫동안 새로운 브랜드가 진입하지 않아서 생긴 산업의 진부한 이미지가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도허티는 무설탕 잼을 만들어 시장에 도전하기로 결정했고, 2006년 그의 나이 17살에 순수하게 과일로만 만드는 ‘슈퍼잼’을 완성하게 됐습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영국 전역을 돌며 자신의 잼을 만들어줄 공장을 찾아 다녔습니다. 자본과 경험이 없는 10대인 탓에 생산 파트너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그의 아이디어에 동조해 줄 공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광고 에이전시도 함께 구했습니다. 고리타분한 잼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 만화책과 같은 느낌의 제품 디자인도 구상해 냈습니다.

새로운 무설탕 잼과 이를 생산해 줄 공장, 그리고 마케팅 전략까지 준비해 불과 1년만에 Waitrose를 다시 방문한 것입니다. 물론 실제 상품화해서 출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도허티가 준비해간 것들을 Waitrose에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품 포장은 바보 같고, 공장에 소요되는 비용도 너무 크고, 잼 맛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이 있었지만 Waitrose와의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7년 3월, 드디어 Waitrose에서  ‘슈퍼잼’이 대중에 첫 선을 보이게 됐고, 일반적인 잼 판매량을 훨씬 웃도는 수치인 1,500병이 판매되며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됩니다. 불과 18살의 어린 나이에 Waitrose 최연소 납품업자로 선정된 것입니다.

어린 소년의 성공 스토리는 대중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이야깃거리였습니다. 영국의 BBC, Forbes 등 다양한 매체가 그의 성공을 이야기했고, 그럴수록 슈퍼잼은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평범한 소년의 범상치 않은 도전이라는 이야기가 성공의 도화선이 된 것입니다. 도허티 역시 자신이 이뤄낸 성공의 Tipping Point가 Waitrose에서 제품을 출시하던 때 있었던 거대한 ‘Media Coverage’에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슈퍼잼의 성공이 ‘이야기’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사회 경험이 거의 없던 어린 나이였음도 제품과 시장에 관한 확신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낸 저력이 있었습니다. 도허티는 사업적으로 영감을 받은 사람으로 더바디샵(The Body Shop)의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을 꼽습니다.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회사의 비전과 철학, 그리고 제품에 담았던 성공한 사업가입니다. 그래서인지 사업의 가치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도 아니타 로딕과 닮아 있는 듯 합니다.

도허티는 인생의 목적을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사업 목적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산업이 잼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면, 도허티는 잼을 통해 무언가 새롭고, 혁신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새롭게 포지셔닝된 제품 이미지는 물론이거니와 지역 노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슈퍼잼 티파티(SuperJam Tea Parties) 행사도 그러한 노력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

프레이저 도허티를 단단하게 성공한 사업가로 꼽기에는 다소 이른 듯 합니다. 아직 그의 나이가 25살에 불과하고, 앞으로 이루어내야 할 것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와 성과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부분은 10대의 어린 나이에 있었던 일이지요. 그래서 그에게는 아직까지 잠재된 가능성이 많이 남은 듯 보입니다.

이제는 그가 아니타 로딕과 같은 성공한 사업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도허티에게는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건전한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프레이저 도허티가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로 끝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창업자들에게,

  •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은 잃을 것이 없습니다.
  • 작게 시작하세요, 경험이 없는 너무 어려운 일에 뛰어들지 말아야 해요.
  • 도움을 요청하세요 – 사람들은 대개 당신을 흔쾌히 도울 거에요.

프레이저 도허티로부터.

참고:
1) 먹으면 행복해지는 잼 만드는 게 꿈이죠, 2013.10.17, 한계레

2) Interview with Fraser Doherty, April 15, 2013, Easyspace
3) Fraser Doherty, Founder of Super Jam, Jul 19, 2010, Inc.
4) Image courtesy of SuperJam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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