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그리고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위한 5가지 법칙 [2]

애플, 그리고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낸 법칙들

첫째, 스티브 잡스는 제품 개발 전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고 경영자가 제품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한 배려나 상징적 의미의 것이 아니다.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들의 몸과 마음은 더 지치겠지만, 그 만큼 빠른 의사결정과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 확보가 가능해 진다. 최고 경영자가 함께 하는 만큼 개발 프로젝트 팀에 전사적 지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 참여의 정도는 적절히 조절되어야 한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하지 않는가. 잘 알려졌듯이 스티브 잡스는 그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열정에 휩싸여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둘째, 애플은 역사상 최고의 블록버스터 중 하나인 Apple IIe를 개발할 시절 아래 표와 같은 ‘프로젝트 기둥(project pillars)’을 세웠다. 물론 일을 쉽게 하기 위한 타협은 없었다. 적은 개발 비용으로 낮은 생산 원가를 실현한 최신의 PC를 출시했고, 수십개의 제조 업체가 난립하기 시작한 컴퓨터 시장에서 선도자로서의 위치를 굳힐 수 있었다. 짐작컨대 아이팟의 경우 단순하고 혁신적인 UI의 채택과 디지털 뮤직 허브 구축이 프로젝트 기둥이자 비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적중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을 출시하며, “이제 아이팟이 나온 이상 음악을 듣는 일은 예전과는 절대로 같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고, 디바이스와 디지털 허브를 묶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을 만들어 냈다.

셋째, 절실한 마음이 없으면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제한된 시간 내에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면 여유로움은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개념구성, 선별 및 평가, 개발, 테스트, 출시까지 여러 단계를 차례로 밟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 과정 중에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의사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시장 여건이 어렵거나 내부적으로 충분한 사정이 있다면 프로젝트 중단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그들의 연구를 통해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내는 팀과 회사는 어떠한 포기 여부도 검토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포기도 없고 상품이 만들어지는 시간도 매우 빠른 특징을 갖는다. 최대한 빨리 제품 원형(흔히 TP라 불리는 Test Product 등)을 만들어 냈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의 후속 원형을 끊임없이 개선해 냈다. 그리고 촉박한 마감일을 설정하고 그것을 어기지 않았다. 여유로울수록 본래 목표로 하는 제품 개념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잡음이 제품에 섞여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복귀 후 스티브 잡스는 iMac을 구상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모니터와 본체가 하나로 묶이고, 플로피 디스크도 없는 새로운 PC에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하지만 애플은 빠른 시간 안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최근 애플의 주력 상품인 iPod은 평균 개발기간 8개월에 동시 투입 개발인력을 50명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넷째, 애플은 Apple IIe를 만들던 시절 ‘IIe 전투실’이라는 회의실을 꾸몄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모든 상황이 벽에 빽빽히 붙은 포스트잇 속에 담겨 있었고, 자료들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모든 프로젝트 인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프로젝트 팀에 참여한 모두를 무엇을 향해, 무엇을 위해 뛰고 있는지 100% 이해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애플은 모든 의견들이 취합되고 전시되고 논의되는 것을 하나의 회의실을 통해 이루어냈고, 그렇게 탄생한 Apple IIe는 PC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다. 공식적인 회의는 딱딱하다. 블록버스터를 탄생시킨 프로젝트 팀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공식적인 미팅이 잦아 졌다고 한다. 부드러운 분위기는 좀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가볍게 음료수를 마시는 캔미팅이라 이름 붙여 놓고 그 회의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몇 시간을 PC 앞에서 허비하는 우리의 현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다섯째, 애플의 프로젝트 팀은 그들의 목표를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Apple IIe 였건, 아이팟이었건 애플은 언제나 독특한 제품 철학을 잊지 않았다. 아름다운 제품 디자인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UI는 애플의 제품 철학 그 자체이다. 이는 스티브 잡스의 개인적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최고 경영자의 확고하고 타협할 줄 모르는 제품 철학은 개발자나 마케터의 개인적 욕심을 버리게 하고 오로지 팀과 회사의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해 주었을 것이다. 협력을 위한 노력은 이러한 회사 문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달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게리 린과 리차드 라일리 교수는 그들의 연구를 통해, 팀워크는 다른 4가지 원칙에서 뛰어나면 반드시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팀이 비전과 프로젝트 기둥을 열심히 추구할수록 팀워크의 수준도 높아졌다. 촉박한 마감일을 정해 놓을 때나 정보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와 고위 임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블록버스터, P.200)’. 이렇게 목표가 확실하고 팀워크가 뛰어난 팀의 구성원들은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위해 개인적 친밀감보다는 다소 경쟁적이며, 자신감에 가득 차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타고난 능력에서 온 개인적 우월감이 아닌, 고위 경영진의 절대적 믿음에서 시작된 것이어야 한다. 믿고 또 믿는 것이 최고의 팀과 직원을 만드는 비법이다.


마치며,

성공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 시장과 경쟁을 이해하는 것도 벅차고, 고객의 마음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도 어렵다. 시장과 고객을 알면 알수록 모든 것은 더 어렵게 느껴지고, 상품을 고객의 손에 던져 넣기 위한 빈 틈은 더욱 좁아지는 현실에 직면하고 만다. 때론 회사는 내부의 프로젝트 팀원들의 능력을 믿지 못해, 또는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여보기 위해 유능한 외부 인력을 끌어오기도 하지만 언제나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또 상품을 만들 팀을 구성했으나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그 실패의 부담만 지게 한다면 이것은 가장 나쁜 상황으로 직원들을 내 모는 꼴이 된다.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흘러갈 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게리 린과 리차드 라일리가 말하는 5가지 법칙은 혁신적이지도 않고, 그들만의 창의적인 개념도 아니다. 누구나 이해하고 있고, 현업에서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 만한 것들이다. 다만 우리의 눈 앞에서 실증적으로 검증해 줬을 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교훈은 일상 속에서 쉽게 잊혀지고 무시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면, 우리 팀, 우리 회사가 5가지 교훈을 진실되게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 볼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많은 삶의 굴곡을 겪으며 한결 부드러워진, 스티브 잡스가 건네 주는 교훈 하나를 새겨보았으면 한다. 이는 내 자신을 블록버스터로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법칙이다.

“Stay Hungry. Stay Foolish. And I have always wished that for myself. And now, as you graduate to begin anew, I wish that for you. (항상 갈망하며, 미련스러워 지십시오. 나는 언제나 내 자신이 그러하기를 바라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들이 새롭게 시작하기 위하여 졸업하는 이때, 나는 여러분들도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참고:
1) 블록버스터(원제: Blockbusters: The Five Keys to Developing GREAT New Products), 게리 린 & 리차드 라일리, 2003.
2) iCon 스티브 잡스, 제프리 영 & 윌리엄 사이먼, 2005.
3)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 축사, 2005.

엮인 글:
애플, 그리고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위한 5가지 법칙 [1]
애플, 그리고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위한 5가지 법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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