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의 美學

바로 몇 일 전에 어떤 분이 “기업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어쩌면 그 분께서는 마케팅이나 재무같은 기능, 사람이나 지식 혹은 고객과 같은 어떤 부문에 관한 답변을 기대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명확했고 답변도 바로 나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균형’이었습니다. 저는 기업이나 경영과 관련되어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바로 ‘균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 기업의 ‘신년사’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라고 합니다. 그 신년사는 작년 초에 코카콜라의 CEO였던 故로베르토 고이주에타 회장의 ‘삶이란(Life is…)’ 제목의 글입니다. 고이주에타 회장 신년사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Imagine life as a game in which you are juggling five balls in the air. You name them: work, family, health, friends, and spirit, and you’re keeping all of them in the air.”

그리고 신년사는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and Today is a gift: that’s why we call it — The Present…”라는 구절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신년사를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의 주제를 ‘현재에 충실하라!’는 금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 글은 ‘균형'(balance)이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묻혀있던 절대명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이주에타 회장은 ‘인생은 다섯 개의 공을 공중에서 돌리는 것'(juggling), 즉 다섯 개의 공으로 표현된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영혼’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뿐만아니라 현재 자신의 삶에서 균형잡힌 삶을 살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생의 다섯 개의 공에서 ‘일’이란 공은 고무로 되있어서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유리로된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영혼’이라는 공들은 한번 떨어뜨리면 깨질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중에서 우리가 하나의 공이라도 떨어뜨린다면 다른 모든 공들도 균형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균형이라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균형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가격과 품질’, ‘비용과 수익’, ‘이상과 현실’, ‘부문과 부문’, ‘부문과 개인’, ‘경영자와 사원’, ‘효과성과 효율성’사이의 균형은 경영의 핵심 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온전한 거울만이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비출 수 있습니다. 세 부분으로 조각난 거울로는 절대로 정확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어떤 부문의 강점으로 전체를 이끌 수는 없습니다. 자연의 법칙은 균형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환경 오염은 자연의 법칙이 무너진 것입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균형이 개인의 삶이나 기업 경영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하지를! 하지만 또한 우리는 균형을 그 만큼 쉽게 무시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다른 하나의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중요한 문제의 해결책은 언제나 균형잡힌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쉬운 길을 택할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문제가 발생할 것을 무시하고 회피하고자 합니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땅벌의 비행원리’에 대해서 연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이 무게와 날개 구조를 연구한 결과, 온갖 공기역학 원리를 동원해봐도 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땅벌은 실제로 날고 있습니다. 땅벌이 자신의 무게를 어떻게 지탱하면서 어떤 날개의 구조로 날 수 있는지는 균형의 문제입니다.

한 기업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만족경영’을 도입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고객의 만족’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기업의 비전과 전략, 조직과 프로세스, 그리고 인적자원을 포함한 기업 경영의 모든 요소가 여러 개의 톱니가 맞쳐져 돌아가듯이 유기적으로 활동하며 통합되어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비로소 고객만족경영은 결실을 맺게됩니다. 균형은 규모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업 전체의 균형과 함께 부문과 부문간의 균형, 그리고 하위 단위와 일선 직원들에게 있어서도 균형은 중요합니다.

우리가 보다 진지하고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은 ‘한 부문의 성공이나 일시적인 성과가 아니라 전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창조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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