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텍스트 조직

1995년 일본의 ‘노나카 이쿠지로’와 ‘히로타카 다케우치’라는 두 일본인 교수는 ‘지식창조기업'(The Knowledge-Creating Company)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일본 기업의 남다른 지식창조와 공유, 활용 사례를 분석하면서 ‘지식창조이론’을 처음으로 주장하였다.

‘지식창조이론’이란 암묵지와 형식지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창출된 지식이 개인의 수준에서 그룹과 기업 그리고 범기업적으로 확산 적용되어 또 다른 새로운 지식(제품, 서비스, 관리 능력 등)을 창조하는 과정을 말한다.

‘지식창조기업’에는 기존의 경영이론에서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이고 새로운 개념들이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제시되어 있다. 특히, 저자들은 지식창조와 지식경영에 적합한 새로운 조직구조인 ‘하이퍼텍스트 조직'(Hypertext Organization)을 제시함으로써 조직학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하이퍼텍스트 조직의 등장배경

과거 대부분의 기업들은 ‘관료제’로 대표되는 ‘수직적 계층조직’과 ‘프로젝트 팀’ 중심의 ‘수평적 조직’으로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급격한 환경 변화와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상황으로 기업들은 새로운 조직 구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또한 기존의 ‘유형자원 중심의 경영패러다임’에서 ‘지식’과 같은 ‘무형자원 중심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기업에게 더욱 큰 혼돈과 혼란을 안겨 주게 된다. 특히 기업들에게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등장한 ‘지식’의 효과적인 창조와 저장 및 활용이 생존의 필수 요소로 대두되었다.

지식경영에 필요한 조직은 지식의 창조 측면과 활용·축적 측면을 겸비한 유연한 구조의 조직이다. 이것은 효율적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의 조직과 지식변환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조직운영의 모델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양자의 상승효과를 발휘하는 조직운용의 소프트웨어를 내재한 조직이다. 다시말하면 ‘수직적 계층조직’의 장점인 효율성과 ‘수평적 조직구조’의 창의성을 모두 보유하여 지식의 창조, 축적, 활용에 적합한 조직구조를 의미한다.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 시킬 수 있는 조직구조가 바로 ‘하이퍼텍스트 조직’이다.

하이퍼텍스트(Hypertext)라는 용어는 컴퓨터 화면상에 나타나는 여러 층의 텍스트를 의미한다. 하이퍼텍스트는 다수의 텍스트나 텍스트층으로의 출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하이퍼텍스트의 기능을 조직구조에 적용한 것이 바로 ‘하이퍼텍스트 조직’인 것이다. 하이퍼텍스트 조직은 기존의 ‘관료제 조직’과 ‘프로젝트 팀’혹은 ‘테스크 포스’ 같은 조직구조의 장점만을 모은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창조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상반되는 원리가 양립하면서도 기능교체가 역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직이다.


하이퍼텍스트 조직의 구성요소와 강점

수직적 계층조직(관료제)과 수평적인 조직(프로젝트 팀)의 이점은 모으고 한계는 극복하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지식경영을 실현하는 하이퍼텍스트 조직은 입체적인 3차원구조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3차원이라는 것은 지식의 창조·활용·축적의 3가지 층을 의미한다. 이들은 각각 ‘프로젝트 팀 층’, ‘비즈니스 시스템 층’, 지식의 축적장인 ‘지식기반 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직 층의 구성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이제 이 세 가지 조직 층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선 ‘프로젝트팀 층’이다. 여기에는 몇 개의 프로젝트 팀이 제품개발 등의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일을 하게 된다. 팀 구성원은 다양한 사업단위에서 차출되어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팀에 전속된다. 원래 소속된 부서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프로젝트에만 전념하는 시스템이다.(이점이 ‘매트릭스 조직’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다음으로 ‘비즈니스 시스템 층’이다. 여기서는 통상적인 업무가 진행된다. 통상적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료제적 구조가 적당하다. 여기서는 명령과 실행의 관계 즉 피라미드형 위계질서가 기본이다. 즉, 비즈니스 시스템 층은 과거의 계층 조직(수직적 조직구조)을 전제로 한다.

이 층은 전통적인 ‘계층·분업·전문화’를 특징으로 하지만, 지식을 활용하기 위한 최적의 프로세스를 내재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식베이스 층’이다. 이 부분이 ‘하이퍼텍스트 조직’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프로젝트 팀에서 창출된 지식이 재분류되고 재구성된다. 지식베이스는 양쪽에서 창출된 전혀 다른 성격의 지식이 축적되고 교환되는 장소로 ‘저장소 겸 교환소’의 역할을 수행한다. ‘지식베이스 층’의 핵심 기능은 ‘프로젝트 팀 층’과 ‘비즈니스 시스템 층’을 연결하고 그들의 원활한 활동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지식을 축적·공유하는 조직층인 지식베이스 층의 일이다. 예를 들면 연구소의 일부 기능, 정보센터, 지식관리시스템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조직 문화나 풍토에 내재된 지식도 이 층의 무형의 요소이다.

위 그림과 같이 관료제와 태스크 포스형 조직구조를 역동적으로 통합한 하이퍼텍스트형 조직은 양자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즉 관료제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태스크 포스형의 유효성, 기동성과 결합되는 것이다. 지식경영의 측면에서 전통적인 계층조직인 사업단위와 전형적인 태스크포스 조직인 프로젝트 팀의 두 개 층 사이에서 지식은 역동적으로 변환되고 이 두 개의 층에서 창출된 지식은 이어 제3의 층인 지식베이스에 재분류되어 새로운 상황해결도구로 결합된다. 요컨대 하이퍼텍스트형 조직구조에 의해 조직은 지식을 효율적으로 창조하며 축적·활용할 수 있다.


kmc21’s comment

지식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식경영에 대한 연구가 학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학자와 기업들이 ‘형식지’와 ‘지식관리시스템’과 같이 눈에 보이는 부분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식은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고 ‘사람’에 의해서만 창조되고 활용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지식경영에 대해서 ‘눈에 보이는 부분’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간의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이번 글에서 지식경영의 다른 부분보다 ‘조직 구조’를 집중적으로 다룬 이유는 상대적으로 지식경영에 적합한 ‘조직’에 대한 이해와 소개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식의 창조와 활용의 주체인 인간과 그들로 구성된 조직에 대한 올바른 이해없이 성공적인 지식경영은 실현될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식경영의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독자들이 이 글을 통해 지식경영을 위한 새로운 조직구조인 ‘하이퍼텍스트 조직'(Hypertext Organization)에 대해 바르게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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