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3대 자본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자본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적 자본, 정신적 자본, 도덕적 자본이다.

경제적 자본은 ‘돈’이다. 과거 산업화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본이었다. 지식사회가 도래했다는 현재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돈’이 최고의 자본이라고 믿고 있다. 맞는 말이다. 돈은 사업의 제일 중요한 밑천 중의 하나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어야 돈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머지 두 종류의 자본이 더욱 중요하다. 돈은 기업에게 ‘일시적인 경쟁우위’를 부여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는 돈과 별 상관이 없다.

정신적 자본, 이것은 지식과 기술과 같은 무형 자본을 의미한다. 정신적 자본은 피터 드러커를 비롯한 세계적 석학들이 강조하는 ’21세기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게리 하멜과 프리할라드가 말한 ‘핵심역량’도 ‘기업의 정신적 자본에 기반한 전문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업은 비전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문 지식과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현대는 기술의 시대요, 지식의 시대요, 전문 기업의 시대다. 사람에게 평생교육이 중요하듯 기업에게도 ‘학습’은 습관화되어야 한다. 학습은 개선과 혁신의 기본 조건이다.

도덕적 자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신뢰(신용)를 의미하는 것이다. 기업은 더 이상 ‘이윤 극대화’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희생할 수 없게 됐다.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지고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포춘지가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 순위’와 역시 포춘지가 발표하는 ‘포춘 500대 기업 순위’는 점점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길은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존슨 앤 존슨(J&J)가 타이레놀 사건의 해결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고객의 신뢰를 지켰다. 이것은 존슨 & 존슨에게 도덕적 자본의 저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존슨 앤 존슨의 이런 행동은 ‘특이한 행동’이었다. 인텔은 펜티엄칩의 작고 사소한 오류를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객은 작은 오류를 작게 보지 않았다. 다행히 인텔의 발빠른 조치는 인텔이라는 브랜드 가치의 손실을 최소화 시켰고 인텔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지킬 수 있었다. 인텔의 행동은 존슨 앤 존슨과는 달리 특이한 행동이 아닌 ‘당연한 행동’으로 인식됐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리콜과 철저한 A/S는 이제 기본이 되었다. 도덕적 자본은 쌓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보유하지 못하는 기업은 쉽게 사라지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기업의 3대 자본’은 필자의 생각이 아니다. 이것은 지금부터 70여년 전에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그저 필자는 그것을 정리한 것 뿐이다. 안창호 선생께서는 개인이든 회사든 국가든 3대 자본을 저축하면 할수록 힘이 강해지고, 저축되지 않으면 않을수록 힘이 약해진다고 주장하셨다. 그는 탁월한 선각자였다. 우리 나라, 우리 기업, 우리 모두는 아직도 3대 자본의 저축이 덜되어 있다. 안창호 선생의 주장은 70년을 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걷기 위해 기고 있다. 걷지도 못하는 기업이 뛰기 위해 정치인을 구워 삶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그 만큼 우리가 걸을 수 있는 시기도 늦춰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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