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책 읽는 스머프

2005년 1월 10일 경,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신문사에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됐다. 기사의 내용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스머프가 등장했다’는 것이었다. ‘지하철 스머프 소동’에 대한 여러 기사의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 만화주인공 스머프 복장을 한 3~4명이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아직 스머프들의 구체적인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어 네티즌들의 궁금증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던 중 스머프들을 만난 승객들은 그 모습에 먼저 웃음을 터뜨리다가 이를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과 개인 블로그, 메신저 등을 이용해 “지하철 객차나 역 안의 벤치, 운행 중인 열차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홍대입구역에서 목격했다” 같은 행동 묘사와 스머프들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또한 “지하철을 타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이들 스머프의 특징은 모두 책을 읽고 있다는 것. 스머프들은 지하철 객차나 역 안의 벤치, 심지어 운행 중인 열차 바닥에 주저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그냥 있어도 눈길을 끄는데, 지하철에서 모두 책을 읽고 있어 네티즌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이런 재미있는 추측을 하면서도 최고의 만화 주인공답게 귀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에 스머프 복장을 하고 책을 읽은 사진이 처음 인터넷에 올랐을 때에는 네티즌들은 그저 누가 장난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지하철에 출몰하는 스머프들의 사진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새로운 종교단체일지도 모른다’, 혹시 ‘어느 연예인의 팬클럽의 소행이 아닐까?’, ‘요즘 지하철 화재로 민심도 흉흉한데 혹시 불내고 도망가는 게 아니냐’ 등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독서 권장을 위한 캠페인일 것’ ‘특정 업체의 광고 전략일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민 · 언론사 심지어 경찰까지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에 문의를 해오고 있다. 지하철공사에도 문의가 늘어,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사회적 이슈라며 경찰청에서까지 전화를 걸어오고 있어 일일이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밝혔다. 스머프 찾기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방송 · 잡지사 등 언론사들이다. 몇몇 방송사와 잡지사에서는 지하철 내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접 스머프의 정체를 밝히겠다고 나섰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스머프’의 정체는 한 TV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밝혀졌는데, 이들은 ‘책 읽기 운동’을 꾀한 신생 인터넷 서점 업체의 직원들이었다. 해당 업체의 관계자는 MBC TV의 한 교양프로그램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와 비슷한 ‘책 읽기 캠페인’을 연중 내내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업적 전략으로 비쳐질 것을 염려해 회사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채 활동”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스머프를 활용한 홍보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과 언론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왜?

성공 비결은 ‘낯섦과 공감대의 결합’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지하철 + 독서 + 스머프’로 요약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것은 익숙한 장면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없다. 하지만 책 읽는 대상이 만화주인공인 스머프라면 어떨까?

스머프가 지하철에 앉아 있는 것은 이상한 장면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는 있지만 그것을 통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수는 없다. 그저 이상할 뿐이다. 하지만 지하철 안의 그 스머프가 책을 읽고 있다면? 이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것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기 때문이다.

왜 스머프를 선택했을까?

투덜이 스머프, 똘똘이 스머프, 파파 스머프, 스머펫트… 스머프는 TV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만화 주인공들이기 때문에, 20대와 30대에게는 매우 친숙한 캐릭터다. 2002년 10월 지하철TV 엠튜브에서 지하철 승객과 네티즌 2천332명을 대상으로 ‘추억의 애니메이션 인기투표’를 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스머프(17%)는 빨강머리 앤(23%), 캔디(22%), 미래소년 코난(19%)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캔디나 빨강머리 앤이 아니라 왜 하필 스머프일까?

우선, 캔디나 빨강머리 앤은 한 명의 캐릭터인 반면에, 스머프는 그룹을 지을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지하철에 한 명의 캔디나 빨강 머리 앤이 앉아 있는 것보다 다양한 얼굴의 여러 스머프가 앉아 있는 것이 홍보에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 분장이 필요 없다. 캔디나 빨강머리 앤은 분장에 복장까지 다 해야 하는 반면에 스머프라는 캐릭터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분장이 아닌 복장만 하면 된다.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연기하기도 편하다.

참고:
1)마이데일리: 박은정 기자, 2005년 1월 11일
– 기사 제목: 스머프, 지하철에 출몰
2) 조선일보: 진중언 기자, 2005년 1월 11일
– 기사 제목: 지하철에 책 읽는 스머프가 나타났다!
3) 조선일보: 박영석 기자, 2005년 1월 16일
– 기사 제목: ‘지하철 스머프’ 정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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