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기본에서 시작하자! Built to last!’

나는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의 서평을 쓰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그(안철수)가 나중에 책을 한권 냈다면 아마도 이 책과 매우 유사할 것이다. 저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와 안철수 모두 ‘노력, 끈기’를 최고의 자산으로 여기고 있기 문이다”고.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는 내 기대를 저 버리지 않았다. 그다운 책이다. 그래서 좋다.

이 책을 보면 저자가 읽은 몇 권의 책들이 나온다. 특히, ‘성공하는 기업들의 여덟가지 습관(Built to last)’은 CEO 안철수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이고 ‘학문의 즐거움’은 삶의 지침서로써 그의 정신과 태도를 성장시킨 책이다. 이 밖에도 앤디 그로브의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면접의 달인’과 같은 책들이 간간히 등장한다. 기교없는 문체지만 너무나 담담하고 솔직해서 믿음이 간다. 유명한 사람들이 사저전을 쓸 때 대필 작가에게 맡기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는 그는 그런 생각조차 못했으리라!

이 책의 구성을 보면 2/3가량은 벤처기업 경영자로써의 철학, 관리 방식 그리고 전반적인 벤처 환경으로 채워져 있고, 한 개인으로써의 생활 철학과 그의 일상과 작은 생각들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채우고 있다. 논리적이지 못한 책의 목차를 보면 약간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어눌함을 벗겨보면 원칙과 기본이라는 잘 갈아진 칼을 품고 있는 안철수의 진가를 맛 볼 수 있다. ‘학문의 즐거움’에서 얻은 그의 좌우명에서 삶에 대한 그의 철학과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좌우명에서 강조한 노력과 끈기는 그의 머리뿐만 아니라 인간 안철수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 그저 돈벌기에 급급한 인간들이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풍채다. 그가 제시하는 ‘어려운 문제의 해결방법’을 보면 그가 얼마나 원칙과 기본을 고수하는지를 알 수 있다.

1. 평생공부, 2. 꾸준히 발전하기, 3. 기본을 충실히 하기, 4. 최선을 다하기, 5. 목적지향적 사고, 6. 방심을 경계함, 7. 새로움에 대한 적응, 8. 몰입,9. 장기적으로 생각하기, 10. 원칙 중심의 판단과 선택

실망인가? 역시 천재라서 이런 방법으로도 어려운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중요한 것은 그가 천재라서 아니라 그가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는 점이다. 그가 제시하는 것에 비법은 없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그는 실천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그는 인간이나 기업에게는 변화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주장한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비전’이다. 여기서 비전은 핵심가치와 목적(존재이유)의 결합이다. 그는 안철수연구소의 비전(핵심가치와 목적)을 ‘우리의 존재 의미와 나아갈 길’이라는 선언문 형식으로 명문화했다. 그 선언문을 보면 안철수연구소가 지향하는 방향과 신념 그리고 존재 이유가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뭔가 혁신적이고 기발한 것을 기대한다면 역시 실망할 것이다. 비전의 내용은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것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비전을 어떻게 수립하는가’가 아니라, ‘비전에 얼마나 몰입하는가’ 이다. 자신의 핵심가치와 존재 이유에 벗어나는 일을 할 바에는 기업 문을 닫아 버릴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핵심가치와 존재이유는 변하지 않는 것임을 기억하라. 100년 후에도 100조원의 이익 앞에서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비전이다. CEO 안철수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책을 마치고 있다.

“앞으로 CEO로서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 바꾸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바꿀 것이다. 그러나 아주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 글에 담겨있는 생각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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