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

“매우 유쾌하고 재밌는 책, 그리고 노동에 대한 매우 정확한 미래 예측서! “

노동자는 조직에 ‘충성’하는 대가로 ‘안정’을 보장받았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종신고용’은 그리 낯설지 않은 용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기업 최고의 자산은 사람’이며 ’21세기는 인간중심의 지식사회’라고 하는데, 어떻게 된게 직장에서 만큼은 사람의 위치만큼 위태로운 것도 없어 보인다.

세계 일류기업임을 자부했던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사람 자르기’에 혈안이 되있다. 루슨트테크놀로지는 앞으로 총 4만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으며 모토롤라 3만명, 노텔 3만명, 에릭슨 2만 2천명 등 세계 주요기업들이 인력감축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안정적인 고용 문화를 굳건히 지켜왔던 휴렛패커드와 마쓰시타 같은 기업들도 7천명에서 9천명 가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다운사우징은 이제 평범한 일이 되었다. 반대로 평생 직장은 ‘외계의 세상’처럼 낯설어지고 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다. 조직이 조직인 이유는 한 명의 개인보다 뛰어나고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이 이 빠진 조직은 여전히 조직이다. 하지만 조직에서 쫓겨난 개인은 예전의 그(녀)일 수 없다. 그의 직장은 그의 삶이며 청춘이었다. 하지만 직장을 나온 지금 ‘그(녀)는 누구인가?’.

누군가 우리에게 ‘당신은 어떤 일을 하십니까?’라고 물어 본다면 대부분 ‘어디 어디에 다니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같은 물음에도 다르게 대답한다. ‘나는 변호사입니다.’, ‘나는 의사입니다.’, ‘나는 변화경영전문가’입니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가 무엇일까?’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앞서 제기한 두 가지 물음에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을 보다 재밌게 읽는 한 가지 방법!

저자인 다니엘 핑크는 자신의 주장을 조직인간 VS 프리에이전트의 비유를 통해 재미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조직인간의 전형은 대릴 자누크 감독의 1956년 영화 ‘회색 플란넬 정장을 입은 사나이’의 주인공인 톰 래스(그레고리 펙)이고, 프리에이전트를 상징하는 인물은 ‘제리 맥과이어’의 주인공 제리맥과이어(톰 크루즈)다. 두 영화를 보고 이 책을 읽으면 재미있을 것이다. 만약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제리 맥과이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제리는 프리에이전트의 모든 것을 정확히 대변해준다. 그에게 ‘안정성’보다 ‘자유’가 더 중요하고 ‘자기 표현’이 자기 부정을 대체한다. 제리는 조직 뒤에 숨는 대신, ‘책임감’있게 스스로를 드러내 보인다. 그리고 승진사다리나 임금 상승으로 대변되는 기존의 성공 개념을 거부하고 ‘자기가 정한 조건으로 성공을 재정의’한다.

‘제리 맥과이어’를 보고 책을 읽으면 책과 영화가 오버랩될 것이다. 매우 재밌는 영화와 유쾌한 책의 결합이다.

자유, 자기표현, 책임감 그리고 스스로 정의한 성공은 프리에이전트의 노동신조다. 그리고 프리에이전트에게 일은 그 자체로 놀이이기도 하다. 그들의 직장은 가정의 다락방이나 지하실 혹은 차고일 수 도 있다. 그들은 노동과 가정을 구분하지 않고 혼합한다. 그들은 고객을 책임지기 이전에 자신을 바로 세울 책임을 갖는다. 누군가 대신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고 자신의 강점과 전문지식에 기댄다. 그야말로 ‘전문가’이며 ‘지식사회의 첨병’이라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이 미국 사회를 대상으로 미국인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국내 현실에 맞지 않고 너무 앞서 나간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 프리에이전트의 증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이 책의 번역가는 ‘프리에이전트 번역자’이자 ‘프리에이전트강사’다.

‘변화경영전문가’이며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의 저자인 구본형도 전형적인 프리에이전트다. 사실 그는 국내에 본격적인 1인기업가(프리에이전트)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그의 1인 기업을 방문해보라.(http://www.bhgoo.com)

이제 더 이상 노동의 질과 삶의 질은 구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노동의 질이 곧 삶의 질이며 삶의 질이 곧 노동의 질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일은 단순히 돈벌이 이상이다. 그것은 돈벌이인 동시에 우리의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PS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프리에이전트의 탄생배경과 현황 및 전망을 담고 있는 ‘보고서’라고 볼 수 있다. 보고서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책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프리에이전트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본형의 책, 특히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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