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관리의 원칙

우리는 과학적 관리와 테일러 시스템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다. 그 원인은 이론과 개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한기업도 제대로 ‘실천’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핵심적인 경영원칙을 무시한 채로 새로운 경영 메커니즘을 사용하거나, 과거 경험을 외면하고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의 무가치함을 보여 주는 산 교훈이 될 것이다. 특히 이런 일을 시도한 사람들이 능력 있고 성실했으며, 실패의 원인이 그들의 능력부족에 있었다기 보다는 그들이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데 있었다는 점이 강조되어야겠다….”

누가 이렇게 옳은 말을 언제 한 것일까? 핵심역량(core competences)을 강조한 ‘하멜'(G. Hamel)이나 ‘프리할라드'(C. K. Prahalad)의 일까? 아니면 경영학의 대부 ‘드러커'(P. F. Drucker)의 말일까? 위의 구절은 이미 독자들이 눈치 챘듯이 ‘테일러'(F. W. Taylor)가 1911년 초 그이 두 번째 저서인 ‘과학적 관리의 원칙’에서 한 말이다.

필자와 20세기 마지막을 함께 한 것은 프레드릭 윈즐로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가 20세기 초에 쓴 과학적 관리의 원칙(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이었다. 우매한 필자는 20세기의 끝자락에서야 20세기 최고의 경영전문가이자 최초의 경영컨설턴트였던 ‘테일러’박사와 진진한 대화를 시작하였던 것이다. 정확하게는 위대한 학자이자 설천자에게 진지한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야겠다.

‘과학적 관리의 원칙’을 읽으면서 나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내가 생각했던 ‘과학적 관리’는 진정한 그것이 아니었다. ‘과학적 관리와 테일러 시스템’에 대해 나는 이제까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경영학원론의 첫 시간부터 등장하는 과학적 관리, 하지만 그것은 내가 잘못 깨달은 최초의 것이기도 했다.

이 말은 필자 뿐만 아니라 우리가 배우고 읽은 대부분의 경영학 원론과 조직관리를 포함한 경영서적들도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적 관리는 인간을 마치 기계의 한 부속품처럼 취급하여 ‘인간없는 조직’을 만드는, 경영자와 사용자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 커피광고의 카피처럼 이것은 ‘정확히 바뀐 것’이다.

테일러 시스템의 핵심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작연구(action sutdy)와 시간연구(time study)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한 동작이나 행동의 표준화, 도구와 공구의 표준화가 아니다. 이것들은 테일러 시스템의 ‘메커니즘’일 뿐이다. 테일러 박사는 이 매커니즘이 악용될 것을 우려하여 그의 책에서 끊임없이 진정한 테일러 시스템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즉, 그는 “테일러 시스템의 메커니즘은 관리시스템의 핵심요소인 ‘기본 철학’과는 절대로 혼동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적 관리의 메커니즘이 진정한 과학적 관리의 기본 철학을 수반하지 않은 채 사용될 때, 재앙이라고 할 만한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훗날 정확하게도 그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게 된다. 과학적 관리는 ‘효율성과 효과성’ 모두를 강조했지만 경영자들은 효과성은 무시한채 ‘효율성’에 집중된 실천을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노동단체들은 이를 ‘노동자에 대한 착취이자 살인행위’라며 맹비난을 퍼붓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관리의 맹점은 과학적 관리 자체의 문제가 아닌 현실에 있어서의 잘못된 적용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리고 보다 직접적이지 않지만 다른 이유는 테일러 박사의 성격과 태도에 있다. 테일러 박사는 행동과 실천을 강조하였고 글이나 책의 집필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가 쓴 세권의 책 모두 ‘어쩔 수 없는 필요’에 의해 어렵게 쓰여진 저작들이었다. 그는 첫 저서인 ‘공장관리'(Shop Management)에서 대중적으로는 최초로 과학적 관리를 소개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는 과학적 관리의 구체적인 방법에 집중했을 뿐, 그것의 악용 소지와 대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두었다.

하지만 비양심적인 기업가들(그 당시에는 지극히 평균적이었지만.)에 의해 과학적 관리가 악용되면서 테일러박사는 어쩔 수없이 ‘과학적 관리의 원칙’이라는 그의 두 번째 저서를 출간하게 된다. 만약 공장관리에서 보다 명확하게 과학적 관리의 기본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면 ‘비인간적인 관리방식의 창조자’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과학적 관리에 대한 비난은 비양심적인고 탐욕스러운 사용자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어떤 유용한 개념의 창조자에게 그 장점은 무시된채 실천에의 악용에 대해서 까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과학적 관리의 주변 얘기를 이렇게 잡다하게 늘어 놓은 것은 ‘과학적 관리’가 우리의 교과서와 머리 속에 너무나도 심하게 왜곡된채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관리의 기본 철학은 네 가지로 명확하게 구성된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그 핵심을 꺼내 놓고 싶지 않다. 그건 이 글을 읽은 그리고 그 책을 선택할 독자들의 몫으로 아껴두고 싶다. 직접 보고 느껴서 습득하길 바란다. 하지만 테일러 박사의 ‘과학적 관리’는 현대의 어떤 최신 경영이론이나 기법보다도 ‘균형’있고 ‘인간적’인 것임은 분명하게 말씀 드릴 수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볼때 과학적 관리에도 몇 가지 불합리한 점 혹은 단점은 있다. 필자는 다음 두 가지만 밝히 것이다. 나머지는 역시 책을 읽을 독자의 몫이므로 아껴두도록 하자.

첫째, 과학적 관리에서는 ‘인간의 동기부여 요인’으로 ‘돈’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착’이라는 용어를 쓸 수밖에 없을 만큼 다른 요인들은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둘째, 적어도 과학적 관리의 원칙이라는 책으로만 볼 때는, 과학적 관리는 전통 제조업만이 실천대상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에도 응용은 가능하겠지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테일러 박사의 인식에서는 서비스나 보다 복잡한 비즈니스에서의 활용은 그다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PS ‘과학적 관리의 원칙’을 읽을 때, 부록 1로 첨부되어 있는 ‘테일러와 테일러 시스템에 관하여’라는 글을 빼놓지 않길 바란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도 좋다. 시작과 끝, 이렇게 두 번 읽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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