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기업의 조건] 두번째 조건- 규율과 신뢰의 문화

“나는 IBM에 오기 전까지 문화라는 것은-비전, 전략, 마케팅, 재정 등과 함께- 어떤 조직의 구성과 성공의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측면을 오해하고 있었다. 10년 가까이 IBM에 있으면서 나는 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승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루이스 V. 거스너 Jr(Louis V. Gerstner, Jr.), IBM의 前 최고경영자

성공하는 기업은 거의 언제나 조직을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강화하는 강렬한 문화를 갖고 있다. 하지만 문화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한 나라의 문화가 그렇듯이 대부분 어디에도 문서로 쓰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이 문화에 대해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흐르는 침묵의 언어(silent language)’라고 말한 것은 타당하다. 기업의 성공에 있어 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한번 형성되면 바꾸기가 대단히 힘들며, 더욱이 문화란 것이 명령하거나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기업은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가? 훌륭한 기업이 갖고 있는 문화의 구체적인 얼굴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부터 이 질문의 답을 찾아볼 것이다.


규율(Discipline)

위대한 기업은 ‘규율’(Discipline)의 문화를 갖고 있는데, 특히 두 가지 부분에서 강렬한 규율을 보여준다. 하나는 핵심이념에 대한 규율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달성에 대한 규율이다.

● 핵심이념에 대한 규율
위대한 기업은 핵심이념을 고수하고 강화하는데 남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예는 미국 최고의 고객서비스로 정평이 나있는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이다.


노드스트롬에 입사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을 맞이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의 최고 목표는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개인적 목표와 직업적 목표 모두를 높게 가지십시오.
우리는 당신이 그 모두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노드스트롬의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규칙1. 모든 상황에서 당신의 현명한 판단력을 최대한 사용하십시오. 그 외에 규칙은 없습니다.

그리고 의문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부서 책임자, 백화점 책임자, 매장 지배인에게 자유롭게 질문하십시오.


위의 내용은 노드스트롬(Nordstrom)이 모든 신입사원에게 나눠주는 사원안내서의 내용이다. 이것만 보면 노드스트롬은 규칙이 하나뿐인 조금은 느슨한 회사로 보일지도 모른다. 노드스트롬은 포춘(Fortune)지가 발표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목록에 거의 매년 선정된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의 절반 정도는 1년을 못 버티고 회사를 그만둔다. 그 이유는 노드스트롬의 가치관과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객 최우선주의’라는 핵심이념을 갖고 있는 노드스트롬은 모든 면에서 핵심이념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회사 내부에는 대고객 서비스에 대한 신화와 영웅담이 나돌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감사의 편지들이 쏟아지며, 시간당 판매고(SPH: Sales Per Hour)에 따라 직원 개인별 순위가 매겨지고 인센티브와 승진이 결정된다. 이런 문화 속에서 편하게 지낼 수 없는 사람은 성공은 고사하고 버티기도 힘들다. 이것이 신입사원 중 절반이 1년이 채 안되어 회사를 떠나는 이유이다. 노트스트롬이 고객을 감동시킨 일화를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세일이 끝난 지 채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시애틀의 한 노드스트롬 백화점. 여자 고객이 찾아와 특정브랜드의 바지를 사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매장에는 그 고객에게 맞는 치수가 다 팔린 뒤였다. 판매원은 시애틀의 다른 노드스트롬 매장 다섯 곳을 수소문하여 고객이 원하는 치수의 바지를 찾아봤지만 역시 허사였다. 그런데 길 건너편 경쟁 백화점에 바로 그 치수의 바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판매원은 망설이지 않고 매장 지배인에게 돈을 빌려 그 바지를 정가에 구입, 찾아온 고객에겐 세일가격으로 판매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대형 소매점의 중역인 스미스 씨는 잦은 출장관계로 양복이 필요한 참에 세일중인 노드스트롬 매장을 방문했다. 세일 품목 중 마음에 드는 정장 한 벌과 세일 품목이 아닌 것 등 두 벌의 정장을 구입한 그는 그 자리에서 수선을 맡기고 돌아갔다. 이튿날 그가 다시 백화점을 찾았을 때 전날 옷을 팔았던 판매원은 그의 이름까지 기억하며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수선한 옷을 찾으러 갔던 그 판매원은 잠시 후 빈손으로 돌아왔다, ‘구매한 옷의 수선은 다음날 까지’ 해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세일기간 중에 구매한 옷의 수선은 예외여서 아직 수선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스미스 씨는 새로 산 양복을 입지 못한 채 시애틀로 출장을 가고 말았다.

스미스 씨가 시애틀의 한 호텔에 도착했을 때, 그가 발견한 것은 98달러의 배달료가 지급된 페덱스 특송 소포였다. 발신인은 노드스트롬이었다. 소포를 풀어본 그는 깜짝 놀랐다. 소포 속에는 수선된 양복 두 벌이 단정하게 들어 있었고 그 위에 주문하지도 않은 25달러짜리 실크 넥타이 석 장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무료 증정품이었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전화를 해 그의 여행일정을 알아냈다는 내용과 함께 판매원의 정중한 사과편지도 함께 들어있었다.

위 일화들이 보여주듯이 노드스트롬은 고객 서비스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어떤 기업 보다 직원들에게 큰 권한과 자율권을 부여한다. 하지만 동시에 직원은 ‘고객 최우선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헌신해야 한다. 핵심이념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것에 있어 노드스트롬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다. 핵심이념이야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훌륭한 기업이라면 여지없이 자신의 핵심이념을 고수하는데 극단적인 모습, 즉 규율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가정용품 제조업체인 P&G(Procter&Gamble)는 ‘개인에 대한 존경심과 관심’이라는 핵심이념을 강화하기 위해 1887년 미국 기업 중 최초로 이윤 분배 제도를 도입하고 1892년에는 산업 역사상 최초로 종업원 지주 제도를 실시했다. 또한 P&G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보험 제도를 도입한 최초의 회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마 누구나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노트스트롬과 마찬가지로 P&G 역시 포춘의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중 하나이며, 동시에 ‘미국 일하는 여성들의 모임’이 선정하는 ‘여성이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에 매년 선정되는 회사이다. 하지만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적혀 있는 회사 소개를 읽어보면 P&G에서 일하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P&G에 입사하기는 어렵다. 신입 사원들은 자신들이 회사에 입사했다기보다 단체에 입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모른다.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으로서 P&G에 중간 및 최고경영자로 자리를 옮겨 오는 경우는 없다. P&G는 극단적으로 내부 승진 원칙을 지키는 기업이다. P&G 방식의 일처리 방법이 있는데, 만약 당신이 그것에 통달하지 못하거나 적어도 불편을 느낀다면 그 곳에서 성공하기는커녕 행복하지도 못할 것이다.”

대부분의 훌륭한 기업이 그렇듯이 P&G에도 P&G만의 강력한 규율과 문화가 있어서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살아남기 어렵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인 메리어트 2세(J. W. Marriott, Jr.)는 규율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규율이란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이며, 이것 없이는 근성(character)도 있을 수 없다. 또 근성 없이는 발전(Progress)이 있을 수 없다. (…) 역경은 우리에게 성장할 기회를 준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얻고자 노력하는 것을 얻는다. 우리에게 문제가 생겨도 그것을 극복한다면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며, 이러한 우수한 자질이 성공을 가져다준다.”

● 목표달성에 대한 규율
목표달성에 대한 규율은 한 마디로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내며, 하겠다고 말한 것 역시 반드시 해낸다’는 의미이다. GE(General Electric)의 최고경영자였던 잭 웰치(Jack Welch)는 매너리즘과 관료주의에 빠져있던 거대 기업 GE를 재건하기 위해 취임 초기에 ‘우리가 속한 모든 시장에서 1위 혹은 2위의 기업이 되고, 대규모 기업의 강점과 소규모 기업의 날씬함과 민첩함이 결합된 회사로 변화시킨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잭 웰치가 훌륭한 경영자로 손꼽히는 이유는 이런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GE의 내부에 식스 시그마로 대표되는 끊임없는 개선 정신과 벽이 없는 조직으로 상징되는 실행 중심의 문화를 정착시켰다. 잭 웰치는 2002년 GE를 떠났지만 GE는 여전히 시가총액 1위 2위를 다투는 초일류기업이다.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Sam Walton)은 1950년 아칸소 주의 벤터빌에서 ‘월턴’이라는 소규모 잡화점을 열었다. 작은 가게였지만 월튼은 ‘5년 이내에 아칸소 주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잡화 가게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는 당시 매출액의 3배 이상을 올려야 달성 가능한 목표였다. 하지만 월튼은 해냈다. 1977년에는 ‘4년 이내에 10억 달러짜리 회사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는 당시 회사 규모가 5억 달러가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목표였다. 월튼은 다시 한 번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늘 높은 목표와 기준을 설정하고 그것에 전력을 다했다. 목표달성을 위해 ‘어제보다 나아지기 장부’를 만들어 활용할 정도였다. 1990년에 그는 월마트가 이미 세계 최대의 할인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까지 가게 수를 배로 늘리고 제곱피트당 매출액을 60% 증가시켜서 125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샘 월튼은 이 목표의 달성 여부를 알지 못한 채 1992년 척수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샘 월튼이 없는 월마트는 목표를 달성했을까? 1990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업자의 매출액은 300억 달러였다. 1991년 1월 결산에서 월마트는 326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업자가 되었으며, 1999년 1376억 달러를 달성함으로써 1년 앞서 목표를 달성하였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월마트는 2002년에는 2445억 달러의 매출액과 80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2003년 3월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샘 월튼은 죽었지만 월마트는 건재하다. 창업자의 사후(死後)에도 월마트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이유는 샘 월튼이 평생 동안 보여준 목표달성에 대한 집념과 노력이 월마트의 문화로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떠나도 문화는 남는다. 이것이 문화의 힘이다.

규율(Discipline)이란 말이 애매하고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규율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규율은 ‘열정’과 ‘의지’이다. 이 둘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열정은 자신이 믿는 것을 지키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의지는 해야만 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해내는 것이다. 성공하는 기업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 자신의 핵심이념을 강화하기 위해 전례 없는 직원복지 체계를 창안해 낸 P&G가 그렇고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는 노트스트롬이 그렇다. 창업자의 사후에도 목표를 향해 줄기차게 달려가는 월마트 또한 그렇다.


신뢰(Trust)

1985년 당시 서독의 자동차 업체인 아우디(Audi)는 자사의 제품이 가속장치의 결함으로 7명이 사망하고 4백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는 문제제기에 직면했다.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60분’(60 Minutes)이라는 TV 프로그램은 아우디의 자동차가 주차 도중 별다른 이유 없이 급가속이 붙어 벽을 뚫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우디는 자체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는 운전자의 조작 실수에 따른 것이며, 운전자가 엑셀레이터를 브레이크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컸다고 발표했다. 아우디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불만은 늘어났고 급기야 주차장의 주차요원들이 아우디 자동차에 대한 주차 서비스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어떤 대안 제시도 미루던 아우디는 미국 정부의 압력에 못이겨 결국 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의 구조를 개선했고 그 후로는 ‘급가속 사고’도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아우디는 뒤늦은 대응으로 인해 1985년 7만 4천대였던 판매량이 1987년에는 2만 6천대로 떨어지는 아픔을 겪게 된다.

2002년 미국은 ‘엔론 게이트’로 인해 큰 충격에 빠졌다. 엔론 게이트는 에너지 기업인 엔론(Enron)이 조직적인 부정행위와 회계 조작을 통해 수익을 부풀리고 부실을 은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백 억 달러의 빚을 안고 파산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엔론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세계적인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도 사실상 공중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국내에서는 얼마 전 20개가 넘는 식품업체가 단무지 공장에서 폐기되는 파지무우를 수집하여 만두를 만들어 유통한 사건이 발생하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른바 ‘쓰레기 만두 유통’ 사건이다. 쓰레기 만두를 제조한 업체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해당업체는 존폐의 위기에 처했고 만두업계는 유래가 없는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세 사건은 기업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고객을 잃으면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고객을 잃지 않는 방법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고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고 고객은 신뢰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신뢰에 민감하기 때문에 고객은 믿을 수 있는 기업이나 상품을 알게 되면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훌륭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미국품질관리협회(American Society for Quality Association)가 실시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직원의 무관심 때문에 어떤 기업과 거래를 중단한 고객이 68%에 달한다고 한다. 다른 기업과 상품이 좋아서 거래를 중단한 고객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미국품질관리협회는 불만을 가진 고객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고객이 불만을 가진 경우 이를 해당 기업의 관리자에게 토로하는 비율은 5%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95%의 고객은 불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불만을 말하지 않은 고객 중 91%는 말없이 다른 기업을 찾아 간다. 고객은 드러내놓고 불만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기업은 소리 소문 없이 무너지게 된다.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는 것이다.

고객과의 신뢰는 훌륭한 기업이 되는데 있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훌륭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과도 신뢰에 기반 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왜냐하면 직원과의 신뢰 구축이 고객과의 신뢰 구축에 선행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직원의 관계는 직원과 고객의 관계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미국품질관리협회의 조사 결과를 보라. 어떤 기업과 거래를 중단하는 고객 10명 중 7명은 그 기업 직원의 말과 행동 때문에 떠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직원이 고객의 만족도를 결정짓는다는 것이고, 행복한 직원이 고객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고객은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일은 직원이 하는 것이다. 결국 고객이 만나는 것은 회사가 아니라 김철수와 이영희라는 이름을 가진 직원이다. 즉,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직원이 곧 회사인 것이다. 고객을 잃고 싶지 않다면 직원부터 잃지 말아야 한다. 직원을 잃지 않는 방법은 고객을 잃지 않는 방법과 같다. 직원과의 약속을 지키고 직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들은 계약서로 약속과 신뢰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은 신뢰만큼 직원들의 충성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계약서는 의무와 제약을 열거하지만, 신뢰는 헌신을 이끌어 낸다. 계약서는 법 적용의 문제지만 신뢰는 마음의 문제다.

초일류기업을 연구하는 전문가인 아리 드 호이스(Arie de Geus)는 1997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살아 있는 기업’(The Living Company)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업의 높은 사망률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가능한 최장 수명과 실제 평균 수명 간의 차이가 기업만큼 큰 종(種)은 없다. 다른 어떤 조직-교회, 군대, 대학-도 기업처럼 형편없지는 않다. 왜 그렇게 많은 기업들이 요절하는가? 수많은 증거들이 ‘기업들이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있어 과도하게 경제적인 고려만을 하고 있는 것’이 요절의 원인임을 말해주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기업의 관리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에만 주목해, 기업 자신이 사람들로 구성된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망각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관리자들은 토지, 노동, 자본에 관심을 갖지만, 정작 노동이란 것이 실제 사람들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아리 드 호이스뿐만 아닐 다른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도 사람(특히, 직원)의 중요성에 대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초일류 서비스 기업에 대해 연구한 텍사스 A&M 대학의 레오나드 베리(Leonard L. Berry) 역시 ‘고객과 직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를 초일류 서비스 기업들의 공통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과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인 짐 콜린스(Jim Collins)도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전략이나 기술, 비전이 아닌 사람을 꼽고 있다.

한 기업이 직원들과 상호신뢰를 통한 건강한 관계를 맺기를 원한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첫째, 어려울 때 직원에게 가장 먼저 고통 감수를 요구한다. 신뢰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경영진부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위기에 처해 임금을 삭감해야 할 경우라면 직원의 임금 삭감액보다 중역진의 봉급 삭감액이 더 많아야 하고 중역진 보다 최고경영자의 봉급은 더 많이 삭감해야 한다.

둘째, 내부에 빈자리가 생기면 외부 인물부터 찾는다. 짐 콜린스나 레오나드 베리의 연구에 따르면 훌륭한 기업은 보통의 기업에 비해 내부 승진 정책을 지속적으로 고수해 왔다. 실제로 뛰어난 성과를 낸 기업일수록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한 경우가 현저히 낮았다. 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GE의 경우 단 한 번도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한 적이 없다. 잭 웰치 역시 GE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GE 외에 100년 넘게 장수하고 있는 머크, 노드스트롬, P&G, 3M 같은 회사도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한 적이 없다. 훌륭한 기업은 자신들의 직원들을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내부의 직원들에게 먼저 승진의 기회를 준다.

셋째, 구조조정은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1990년대 미국 경제는 호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기보다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 해고된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 구조조정은 일상적인 것이 되어 버렸고 대부분의 경우 구조조정은 인원감축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훌륭한 기업도 구조조정을 하고 정리해고를 한다. 하지만 그것을 하는 방식을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매우 다르다. 존경받는 기업은 정리해고를 한 번에 신속하게 끝낸다. 이에 반해 어떤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월례 행사처럼 여기며 어느 순간 시작해서 끝이 없는 여행처럼 진행한다. 훌륭한 기업이나 정리해고 중독증에 걸린 것처럼 행세하는 기업들이나 ‘최고 자산은 사람이며 우리는 사람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것은 같다. 차이점은 그것을 지키는가 지키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신뢰는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나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엮인 글:
[훌륭한 기업의 조건] 프롤로그- 훌륭한 기업을 찾아 떠나는 여행
[훌륭한 기업의 조건] 첫번째 조건- 리더십과 핵심이념
[훌륭한 기업의 조건] 두번째 조건- 규율과 신뢰의 문화
[훌륭한 기업의 조건] 세번째 조건- 가치와 재능 중심의 인재 육성
[훌륭한 기업의 조건] 네번째 조건- 탁월한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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