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를 향하여

“보다 체계적인 보다 통합적인 그리고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을 원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우리 기업은 만병통치약을 표방하는 수 많은 경영이론과 도구들의 유혹에 너무 쉽게 노출돼있다. 19994년 플래닝 포럼(planning forum)과 컨설턴트 회사인 베인 앤 컴퍼니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대다수 기업들이 비즈니스 스쿨과 컨설팅사에서 쏟아져 나온 대중적인 비즈니스 툴(tool)과 개념을 무차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5년에 걸친 이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조사기업들이 비전 선포, 권한 부여, 리엔지니어링, 그리고 활동에 기초한 비용 산정(activity-based costing)에 이르기까지 25개의 비즈니스 툴과 개념 중에서 평균 11.8개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더욱 큰 문제는 도입한 방법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더 많은 새로운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악순환이다. 수익성을 높이거나 비용절감을 위해 도입한 개념들이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새로운 비용을 끌어내고 수익성을 감소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수익과 비용을 위해 다른 새로운 첨단 이론들을 도입하여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 광란에 가까운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플래닝 포럼과 베인 앤 컴퍼니의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툴에 대한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매우 낮았으며 회사가 채택한 툴의 숫자와 만족도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보다 장기적이고 폭넓은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부문보다는 전체를 보고 과거, 현재, 미래를 독립적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연결된 하나의 역사로 살펴 볼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은 과거와의 단절이라고 하지만 과거와 단절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고 있어야 하며 혁신은 과거를 통해 배운 점을 적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여러분에게 한 기업의 내부환경과 외부환경, 즉 고객, 경쟁자, 협력업체와 공급업체, 정보, 인적자원, 그리고 경영성과 등 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통합적인 틀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너무나 단기적인 재무성과와 정교하지만 정형화된 기획과 전략 매커니즘 속에 빠져 있다. 그것은 GE의 Jack welch가 말한 “최고 경영자에게는 얼굴을, 고객에게는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조직’의 모습이다. 최고경영자는 언제나 ‘변화! 변화! 변화!’를 외치지만 조직 속에서 그 메아리는 너무나도 작아 들을 수조차 없다. 우리는 변화와 혁신을 외치기 이전에 ‘고객’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우리의 시장 경제에서 기업의 존재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고객이다. 다른 이유는 그 다음이다. 어떻게 표현하든지 간에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고객이 있다.

보다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경영과 기업을 원한다면 ‘미국의 말콤 볼드리지 국가품질상'(MBNQA: Malcolm Baldrige National Quality Award)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7년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는 미국 기업의 장기적인 침체와 경쟁력 저하를 타파하고자 말콤 볼드리지 상을 제정하게 된다. 말콤 볼드리지 상의 중요성은 그것이 국가에서 주는 상이라는 점이 아니라, 말콤 볼드리지 상의 핵심 이념과 기준의 효과성과 효율성에 있다. 말콤 볼드리지 모델은 기업과 경영의 한 부분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모든 부분을 통합하고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혁신하기 위한 일종의 매카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 말콤 볼드리지 모델의 최대 강점은 이 모델 자체가 끊임없이 개선과 혁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어떤 상이 정해지면 그것은 연례행사로 그치고 만다. 하지만 말콤 볼드리지의 경우,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구성 항목과 기준이 변화해 왔다. 말콤 볼드리지의 핵심 이념 중 하나인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을 모델 자체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명암이 없는 제도나 모델은 없다. 마찬가지로 말콤 볼드리지에도 장단점이 있다. 말콤 볼드리지는 기업의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커버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강점은 정교하다는 것이다. 잘쓰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경영모델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쓰면 다른 혁신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서류상의 게임(paper game)에 지나지 못한다. 더욱이 정교하고 복잡한 말콤 볼드리지 모델을 이해하고 적용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고 어려울 수 있다. 기업 자체적으로 혹은 최고경영진의 힘만으로 실천하기에는 버겁기 때문에 미국 기업들은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다. 미국에서 말콤 볼드리지 상을 수상하기 위해 도전하는 기업보다는 기업의 건강 상태와 약점과 강점을 이해하기 위해서 신청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말콤 볼드리지나 품질경영에 대한 전문 컨설턴트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국내의 기업으로서는 실천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변화경영전문가이자 한국 IBM에서 경영혁신 팀장으로 활동했던 구본형씨는 말콤 볼드리지 모델의 전문가이다. 그는 말콤 볼드리지 모델의 평가관으로서 그리고 심사를 받아야 하는 피심사 조직의 실무 책임자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콤 볼드리지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런 그가 기업의 건강 상태를 알고 기업의 체질을 바꾸길 원하는 최고경영진, 직장인들을 위한 시기 적절한 수작을 내놓았다. 바로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go to worldclass)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말콤 볼드리지 모델의 핵심을 끄집어 내고 보다 단순화 시켜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관리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너무나 편안하고 쉬운 문체, 핵심을 관통하는 사례 그리고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한 탁월한 균형감각은 구본형만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그의 책에서는 주제와 상관없이 언제나 사람과 삶에 대하 진지한 성찰과 겸손이 느껴진다. 그의 책을 읽으면 많은 부분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월드 클래스도 다르지 않다. 사람과 삶, 변화와 혁신 등에 대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그의 뛰어난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구본형은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절묘한 균형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 책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저자의 부족함 때문이라기 보다는 ‘말콤 볼드리지 모델’의 복잡함과 정교함에 있다. 이 책을 한 번 읽으면 말콤 볼드리지 모델과 월드 클래스의 수준과 기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더 읽는다면 말콤 볼드리지 모델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용기를 내어 한번만 더 읽는다면 분명히 자신의 조직과 기업을 월드 클래스로 도약시킬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제껏 두 번을 정독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한번 더 읽을 것이다. 그냥 한번 읽고 덮어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책이다.

마지막으로 말콤 볼드리지 모델이 얼마나 높은 가치를 갖고 있는지, 모토롤라의 로버트 갤빈 전 회장과 캐슬린 해럴드 볼드리지 심사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만일 미국의 기업들이 모두 볼드리지 상에 응모해 본다면, 미국의 GNP가 자연스럽게 0.5퍼센트 정도는 상승할 것이다”…로버트 갤빈, 1990년 4월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꼭 상을 받기 위해 응모하지 않아도 좋다. 응모 자체에 의미가 있다. 객관적인 외부 전문가 팀으로 하여금 자기 기업의 경영성과 시스템(performance system)의 경쟁력을 평가하고, 그 자문 내용에 따라 이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캐슬린 해럴드, 말콤 볼드리지 심사 위원장.


PLUS ONE

경영서적에 대한 ‘추천서평’을 쓰면서 많은 분들의 메일을 받았다. 대부분의 메일은 ‘추천 도서의 선정절차와 기준은 무엇인가?’ 혹은 ‘몇 권의 책을 읽고 그 중에서 몇 권에 대해서 추천서평을 쓰는가?’에 대한 문의였다. 이 자리를 빌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필자의 경우 추천 도서의 선정절차와 기준에 어떤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느 출판사의 로비나 지명도에 좌우되지도 않는다. 필자의 추천 도서의 선정절차나 기준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렇다고 아무 기준없이 추천 서평을 쓸 정도로 무책임하지는 않다. 추천도서의 기준으로 필자는 다음 두 가지를 핵심으로 본다.

첫째, ‘독자를 도울 수 있는 책인가’하는 점이다.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독자가 같이 호흡하여 이해하고 실제로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어떤 책을 읽고 이해하여 실행상의 가이드라인이나 동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보기 편하고 쉬어야 한다. 이는 편집, 디자인, 번역뿐만 아니라 내용 전달에 관련된 모든 부분에 관한 것이다.

둘째, ‘주제를 표현함에 있어서 이성적이고 균형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 아니면 도’식의 표현은 간단하고 명쾌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 논리나 근거에 있어서 빈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책은 간결하고 풍성하다. 많은 내용이 있지만 핵심은 명확하다. 또한 좋은 책은 단순하고 명쾌하면서도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함과 복잡함, 간결함과 풍성함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고 있는 책이 좋은 책이다. 모자란 것은 넘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극단은 모자람이거나 넘치는 것과 같다. 훌륭한 저자들은 균형과 조화의 미학을 안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탁월한 책의 저자들은 겸손하고 개방적이다. 자신만의 틀에 갇혀 있지 않다는 말이며 유연하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는 동시에 그 논리에 의해 균형이 깨지는 것을 무척이나 조심한다. 좋은 책의 맥을 잡아 천천히 자유롭게 따라가 보면 저자와 독자는 이심전심이 된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독자와 저자는 책에 의해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기준에 의해 책을 선정한다. 두 번째로 ‘몇 권의 책을 읽고 그 중에서 몇 권에 대해서 추천서평을 쓰는가?’에 대한 답변을 드리고자 한다. 우선 필자는 신문 서평이나 전문가 서평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책이 발간된 시기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최신 서적, 전문가나 신문에 의해 소개된 책이라면 믿고 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방법일 수도 있다. 출판사의 로비와 지명도, 신문사의 상업성에 의해 책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신문서평만 믿고 책을 읽은 경우 대부분 실망한 적이 많다. 전문가 서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책을 선택할 때,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신문서평, 전문가 서평, 독자 서평-최근에는 독자서평도 조작되는 경우가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베스트 셀러 순위도 신뢰도가 그다지 높은 것은 아니다. 대형 출판사에서는 초기에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으로 자사의 책을 사들인다. 그리고 쌓아둔다- 등의 정보를 모두 고려할 수 있다면 보다 좋은 책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이 힘든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보다 간단하고 적극적인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서점에 가서 실제로 그 책을 보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것이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대형서점에서 보고 싶은 책들을 보고 몇 권을 정해서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입하면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물론 기존 오프라인 서점에게는 억울한 일이겠지만.) 본래 질문으로 돌아와서 필자의 경우 대략 10권을 읽으면 한 권 정도를 추천한다. 더 많이 읽고 싶지만 그건 필자의 욕심이고 너무나도 많은 서적을 모두 소화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요약본이나 일부를 읽고 추천하는 경우는 결단코 없다. 전체를 읽지 않고 한 권의 책을 평가한다는 것은 ‘자기 기만’이다. 일부분으로 전체를 알았다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필자나 여러분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지식경영온라인에서 1주일에 한 권을 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앞으로 좋은 책에 대한 정보를 보다 폭넓게 제공하고자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그리고 ‘Best book’ 뿐만 아리라 ‘Worst book’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좀더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 드릴 수 있다. 지식경영온라인에서는 독자들에게 분명히 가치있고 독자들을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책만을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결단코 책의 내용 이외의 요인으로 영향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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