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기업의 조건] 첫번째 조건- 리더십과 핵심이념

창업자의 역할과 리더십

“네가 남들에게 불 붙이고자 하는 것은 네 안에 불타고 있어야 한다.” –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Aurelius), 초대 그리스도교의 교부철학자

‘모든 조직은 한 사람의 연장된 그림’이라는 랠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말을 인용하지 않는다 해도, 기업에 있어 창업자와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훌륭한 기업을 건설한 창업자와 최고경영자들은 기업의 ‘핵심이념’(core ideology)을 신중히 설정하여 조직 내부에 뿌리 깊게 심어 놓고 철저히 지켰다. 먼저 소니와 메리어트의 경우를 보자.

1945년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소니를 창업한 이부카 마사루는 두 가지 일에 집중했다. 하나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 제품의 판매에 집중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핵심이념을 수립한 것이다. 제품 판매는 모든 창업자들이 하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창업 초창기부터 핵심이념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창업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부카 마사루는 이익을 훨씬 내기 전인 1946년 5월 7일 핵심이념을 만들었는데, 그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회사의 목적]

  • 기술자들이 기술적 혁신의 기쁨을 찾을 수 있고 사회에 대한 소명을 의식하며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것
  • 일본의 재건과 문화 고양을 위해 생산과 기술에 있어 역동적인 행동을 추구하는 것
  • 진보된 기술을 일반인들의 생활에 적용하는 것

이런 ‘회사의 목적’은 밥솥, 콩 수프, 전기방석을 만들고 있던 당시 소니의 모습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소니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10년, 20년, 30년, … 시간이 흐르면서 이부카 마사루가 작성한 핵심이념대로 되어 갔다.

어느 날 메리어트 호텔의 최고경영자이자 회장인 메리어트 2세(J.W. Marriott, Jr.)는 여러 사람과 함께 호텔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메리어트 2세와 사람들이 호텔의 로비에 모여 있을 때, 건너편에서 메리어트 2세를 알아본 어느 직원이 그에게 갑자기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직원은 걸음걸이와 행동으로 볼 때, 장애인임에 틀림없었다. 그 직원은 눈에 생기를 띠며 두 팔을 버리고 그를 향해 돌진해왔다. 그러나 메리어트 2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사람의 정열적인 포옹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팔을 한껏 벌렸다. 메리어트 2세는 몰랐겠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그 직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볼 수가 있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메리어트의 역사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메리어트의 창업자인 윌라드 메리어트 1세가 창업 초창기부터 ‘사람이 최고’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직원제일주의’ 이념을 기업 내에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 ‘직원제일주의’ 이념은 메리어트 2세에게 계승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가장 최근에 수정된 메리어트의 사명선언서를 보면 ‘직원제일주의’에 대한 부분이 사명선언서 전체 분량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훌륭한 기업은 확고한 철학과 이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돈과 수익과 숫자 이상의 것이며, 시간을 넘어 계승되는 것이며, 기업의 모든 활동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에도 포기되지 않고 지켜지는 것이며 더욱 다져지는 것이다. 기업의 전략과 전술은 환경과 상황과 고객의 요구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대목이지만 기업의 이념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변화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질서를 부여 한다.

핵심이념은 기본적으로 창업자의 가치관과 신념에 뿌리 내린 것이기 때문에 창업자의 역할과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십은 관리와는 다른 것이다. 관리의 목적은 정해진 시간과 자원 내에서 원하는 결과를 산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통제가 관리의 핵심이다. 이에 반해 리더십은 인격과 철학으로 사람들이 높은 이상에 도전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훌륭한 기업을 건설한 창업자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의 핵심은 확고한 핵심이념을 통해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핵심이념을 믿고 지키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조직 내부에 핵심이념이 깊이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핵심이념은 기업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작용하며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을 1982년 미국의 존슨&존슨(Johnson&Johnson) 사가 겪었던 ‘타이레놀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1982년, 지금까지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가 타이레놀에 시안화물을 넣어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존슨&존슨은 사건이 시카고 지역에만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 전 미국 시장에서 3,100만개의 타이레놀 병을 회수하였고 독극물이 투입된 3개의 타이레놀이 추가로 발견되었다. 제임스 버크(James Burks) 회장은 30분마다 TV 기자회견을 자청하였고 모든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였다. 이런 일을 하는데 모두 1억 달러의 비용과 2,500명의 인력이 동원되었다. 뿐만 아니라 존슨&존슨은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이 물질의 투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새로운 포장 방식을 개발했고 1개월 후 이를 생산라인에 적용하였다. 당시 제임스 버크 회장은 경영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위기가 끝난 후 발견한 사실은, 우리가 약품 회수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부적으로 공식적인 대책회의를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할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인도하는 ‘우리의 신조’(Our Credo : 존슨앤존슨의 핵심이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존슨앤존슨은 이 사건을 경찰의 손에만 맡기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정한 ‘우리의 신조’라고 불리는 핵심이념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지키려고 애썼다. “우리는,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인은 물론 병을 앓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그들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선적 책임이 있음을 믿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우리의 신조’는 단순히 회사의 벽에 걸려 있는 액자 속의 장식이 아니라, 경영자와 직원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행동 원칙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우리의 신조’가 1943년에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수십 년이 넘도록 살아 숨 쉬는 핵심이념을 상상해보라. 항상 지키지는 못하겠지만 지속적으로 핵심이념을 믿으면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노력을 상상해보라. 이런 노력 없이는 존경받는 훌륭한 기업이 될 수 없다.


핵심이념(core ideology)

“어느 한 사람이 혼자서 꿈을 꾸면 그것은 그저 꿈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현실이 된다.” – 돔 헬더 카마라(Dom Helder Camara), 브라질의 카톨릭 신학자

이제까지 나는 의도적으로 ‘비전’(vision) 대신에 ‘핵심이념’(core ideology)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이유는 비전은 단어 가운데서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또한 가장 적게 이해되고 있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전은 마음 속 깊이 받아들여진 가치, 신념, 탁월한 성취, 높은 목표, 동기부여의 수단, 미래에 대한 그림 등 사람들마다 각각 다른 이미지를 갖게 한다. 심지어 비전을 전략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훌륭한 기업이 확고한 핵심이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 하더라도, 핵심이념의 구체적인 의미와 특징을 파악할 수 없다면 핵심이념을 세우기 위한 출발조차 어렵게 된다. 지금부터 우리는 철저한 연구를 통해 검증된 모델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핵심이념의 의미와 특징을 살펴볼 것이다. 다음 내용은 경영학자이자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의 공동 저자인 짐 콜린스(Jim Collins)와 제리 포라스(Jerry Porras)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미리 밝혀둔다.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6년간의 연구 결과를 통해, 훌륭한 기업들은 오랜 시간 변화지 않는 명확한 핵심이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그들은 훌륭한 기업들의 핵심이념이 ‘핵심가치’(core values)와 ‘핵심목적’(core purpose)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여기서 핵심목적은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고, 핵심가치는 ‘우리는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핵심가치는 조직의 본질적이면서 지속적인 신념을 말한다. 핵심가치는 조직 외부 사람들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구성원들에게 중요성을 갖는다. 메리어트의 ‘직원제일주의’라는 핵심가치는 시장의 요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람이 최고’라는 창업자의 내부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존슨앤존슨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라슨(Ralph S. Larsen)은 핵심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의 신조에 구현되어 있는 핵심가치는 하나의 경쟁우위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핵심가치를 가지게 된 이유는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규정해주기 때문에 핵심가치를 보유하는 것이다. 설사 상황이 바뀌어 핵심가치가 경쟁열위가 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계속 지켜 나갈 것이다.” 핵심가치는 대부분 창업자나 최고경영자의 가치관과 신념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기업들에게 공통되는 핵심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핵심가치의 내용이 아니라 핵심가치에 대한 믿음이다. 또한 핵심가치는 운영방식, 사업전략, 문화 등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운영방식과 전략 그리고 문화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하지만 핵심가치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앞서 예로 든 소니, 메리어트, 존슨앤존슨의 경우처럼 핵심가치는 수십 년, 심지어 백 년이 지나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프록터앤겜블(Proctor&Gamble)은 ‘초일류제품’이란 핵심가치를 150년 이상 지켜오고 있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Boeing)은 ‘기업의 방향’이라 불리는 핵심이념을 갖고 있다. ‘기업의 방향’은 작성된 이후로 내용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보잉은 6개월에 한번 씩 ‘기업의 방향’을 검토하며, 우리는 ‘기업의 방향’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는가, 과연 그 내용들은 우리에게 합당한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뿐만 아니라 보잉은 경영자 평가와 승진에 있어 핵심가치와 목적을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아래 내용 참고)


보잉(Boeing) 경영자의 특성
– 기업정책 8DIO, 부록 A –

보잉은 다음 속성에 기초하여 경영자들을 평가하고 승진시키며 유지할 것이다.

■ 최고 수준의 윤리의식을 갖추고 있으며 우수한 성과를 낸다.
■ 보잉과 보잉의 원칙, 목표, 목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 고객 만족에 초점을 두고서 지속적인 품질 향상을 이끈다.
■ 공정성과 신뢰를 가지고 사람을 대우하며 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한다.
(……)


출처: 퍼트리샤 존스(Patrcia Jones) 외, 세계 최고 기업들의 미션(SAY IT AND LIVE IT), 거름, 2004 에서 재인용

핵심목적은 조직의 존재이유이다. 핵심목적은 단지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조직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 준다. 핵심목적도 핵심가치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다. 핵심목적은 구체적인 목표나 전략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목표를 성취하고 전략을 완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핵심목적은 결코 달성할 수 없다. ‘미해결 문제들을 혁신적으로 해결 한다’는 3M의 핵심목적이 완전히 달성되는 순간이 오겠는가? ‘인간의 삶을 보존하고 개선한다’는 핵심목적의 끝에 머크(Merck)는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서민들에게 부자들이 사는 것과 같은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월마트(Wal-Mart)의 핵심목적은 어떤가?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핵심목적은 완전히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그 조직은 결코 변화와 진보를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게 된다.

핵심이념은 훌륭한 기업의 결과물이 아니라 투입물이다. 그러므로 작은 규모의 기업,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이더라도 영속하는 위대한 기업을 건설하겠다는 열정과 신념을 갖고 있다면 핵심이념에 대한 진지한 탐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아래에 비교적 규모가 작고 오래되지 않은 두 개의 기업이 갖고 있는 핵심이념을 정리해두었다.) 또한 핵심이념은 최고경영자나 창업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 개인에게도 핵심이념을 적용할 수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살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신념’을 찾아낸다면 그것이 바로 개인의 핵심이념이다. 그리고 핵심이념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훌륭한 기업과 그저 그런 기업만큼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정리해보자. 훌륭한 기업은 변하지 않는 핵심이념을 갖고 있으며, 그 핵심이념은 핵심가치와 핵심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핵심가치는 조직의 본질적이고 영속적인 신념이고 핵심목적은 조직의 근본적인 존재이유이다. 두 가지 모두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것으로 조직에 질서를 부여해주는 동시에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의 핵심이념

◈ 핵심가치(Core Values)
– 고객들에게 공정하고 사려 깊고 책임감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 친애하는 우리의 직원들을 존중하고 팀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 우리가 하는 일과 일하는 방법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 고객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 핵심목적(Core Purpose)
– 투자가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하고 도덕적인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핵심이념

◈ 핵심가치(Core Values)
–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 핵심목적(Core Purpose)
– 우리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


엮인 글:
[훌륭한 기업의 조건] 프롤로그- 훌륭한 기업을 찾아 떠나는 여행
[훌륭한 기업의 조건] 첫번째 조건- 리더십과 핵심이념
[훌륭한 기업의 조건] 두번째 조건- 규율과 신뢰의 문화
[훌륭한 기업의 조건] 세번째 조건- 가치와 재능 중심의 인재 육성
[훌륭한 기업의 조건] 네번째 조건- 탁월한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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