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아이디어에 실망하지 말고 방법에 집중하라. 지금까지보다 두 배만 자세하게 읽어라!

요즘 책 한 권이 화제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 전염병은 이제 한국마저 뒤흔들고 있다. 바다냄새는 없고 고기의 비린내만 요만하다. 책 제목부터 눈에 띈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이란다. 원제목에 비하면 많이 살이 찐 물고기다.(원제목은 Fish! 다.) 상반기에 출판되자마자 미국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fish 철학’에 대한 글이다. 책에서 비디오, 세미나, 직접 체험 등 갖가지 방법들이 준비 되있다고 한다. 성질급한 우리기업들, 구미가 몹시 당길 것 같다. 돈 냄새가 많이 나지만 그것은 무시하자! 우리가 배울 것만 배우도록 하자, 돈 절약하는 셈치고!

이 책은 시애틀의 세계적인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사람들과 문화에 대한 책이다. 의욕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과 즐겁고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고객과 함께 하는 그들의 문화를 일반 기업을 포함한 조직에 적용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 책이다. 미국의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하루의 70%를 직장과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소비한다고 한다.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직업과 직장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의 직업과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몇 프로입니까?’라는 물음에도 ‘70%’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크나큰 손실이자 위협이다. 그러나 괴로운 직장, 감옥같은 직장이 당연시되면서 그 반대의 경우는 개인의 행복이자 기업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 미국과 한국의 일부 기업들이 fish철학과 같은 프로그램에 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실망할 수도 있다. 왜냐면 FISH!에도 어떤 새롭고 독보적인 ‘아이디어’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일터

일터로 들어서면서 오늘 하루를 멋진 날로 만들겠다는 ‘선택’을 해 주십시오. 당신의 동료들, 고객들, 팀원들, 그리고 당신 자신 또한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신나게 놀면서 일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으십시오. 당신의 고객들과 동료들이 당신을 필요로 할 때 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계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에너지가 저하된다고 느낄 때, 확실한 치료법이 있습니다. 바로 격려의 말 한마디, 또는 진지하게 경청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의 날’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일터’에는 저자들이 주장하는 네 가지가 모두 들어 있다. 네 가지는 ‘나의 하루를 선택하기’, ‘놀이 찾기’, 그들의 날을 만들어 주기’, ‘그 자리에 있기’를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FISH!철학의 밑바탕이자 핵심은 ‘나의 하루를 선택하기’라고 볼 수 있다. ‘나의 하루를 선택하기’는 ‘비록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있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방법으로 그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항상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작업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선택한다!’, 멋진 말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금으로 30여년 전에 ‘빅터 프랭클’ 박사가 창시한 ‘로고데라피’라는 심리치료법의 핵심일 뿐이다. 바로 전 주(12월 둘째 주)에 소개한 바 있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서평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빅터 프랭클 박사가 말하는 ‘자극과 반응의 사이’ 그리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의 절대적인 선택권’라는 주장과 일치한다. FISH에서 자극은 직장이나 작업을, 반응은 태도를 의미한다. FISH!는 30년도 더 된 빅터 프랭클 박사의 아이디어를 훔쳤거나 빌려 쓰고 있을 뿐인 것이다. 나머지 세 방법도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그들의 날을 만들어 주기’나 ‘그 자리에 있기’는 현대의 ‘고객만족 경영’이나 ‘CRM’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최근의 CRM이 ‘IT에 의한 CRM’이라면 이것은 ‘Pan & Paper 와 Eye & ear에 의한 CRM’일 뿐이다.

필자의 말만으로 성급하게 판단하지는 말길 바란다. 이 책의 단점과 함께 가치도 무시할 수는 없다.

우선 ‘매우 쉽다’는 것이다. 이 책을 살펴보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느낌에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 ‘누가 내 치즈를…’의 저자인 ‘스펜서 존슨’은 FISH!에도 간접적으로나마 연관돼 있으며 그의 오랜 파트너인 ‘켄 블랜차드’는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누가 내 치즈를…’에서는 캔 블랜차드가 스펜서 존슨의 역할을 담당했었음을 기억해보라.) 뿐만 아니라 저자 중 한명은 블랜차드사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책의 편집이나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치즈’와 ‘물고기’는 아주 유사하다. 다만 ‘물고기’라는 소재가 ‘치즈’와 달리 책에서의 비중이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물고기’의 분량이 50쪽 정도 많다는 점은 틀리다.(하지만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같다.) ‘치즈’를 편하고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책일 것이다. 친숙하고 재치있는 주인공, 간결한 줄거리, 핵심의 반복, 귀엽게 정리된 문구들… 아주 읽기 쉽다!!

둘째, ‘네 가지 방법의 상승작용’이다. 나의 하루를 선택하기’, ‘놀이 찾기’, 그들의 날을 만들어 주기’, ‘그 자리에 있기’같은 아이디어는 독창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가치있는 방법들이다. 그리고 이 방법들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부분은 ‘실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짧은 글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역시 책에서도 그 부분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아라! 그냥 읽으면 그 부분은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끔 책을 만들어 논 것이다. 만약 네 가지 방법 중 하나정도를 잘 적용해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 가지 방법이 조화를 이룰 때보다는 당연히 ‘형편없을'(?) 것이다.

셋째, ‘간결하면서도 풍성한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제가 어렵다고 글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렵고 복잡한 책이 효과적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복잡한 과정과 돈다발을 쏟아부어야 하는 도구들을 질리도록 보고 있다. FISH!에는 어떤 정보기술도 없다. 대신에 ‘인간적인 리더인 메리 제인’, ‘유독성 폐기물 더미’를 변화시킨 효과적인 ‘팀’,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응용한 ‘벤치마킹’의 사례가 있다. 저자들의 아이디어보다도 리더십, 팀, 벤치마킹 등 현대 비즈니스의 핵심을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풍성하게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책은 한번 사서 읽고 읽을 수 있다. FISH는 8,900원이상의 값어치가 있다. 다만 그들의 아이디어보다는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심하며 읽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아웃라인과 함께 사소하고 짧은 것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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