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지식경영 사례

LG 전자는 ‘디지털 LG’라는 비전을 내걸고 디지털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자체의 ‘디지털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1세기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지식경영’을 도입·실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재벌보다는 중견기업 또는 벤처 같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기업들이 지식경영을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LG 전자의 경우는 예외다. 국내에 지식경영이라는 용어가 낯설었던 1995년부터 LG 전자는 지식경영을 준비해오고 있었다. 당시 추진했던 각종 혁신활동이 지식생성과 공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LG 전자는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전체 기업을 통틀어서 가장 지식경영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LG 전자의 지식경영을 살펴보자.

LG 전자의 경쟁력은 가히 세계적 수준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가전제품은 품질로는 일본과, 가격으로는 중국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는 것은 물론 중남미와 동유럽권 등 이른바 신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브랜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과 인도 그리고 거대한 시장인 중국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5조 9000억원, 순이익 2600억원을 실현했으며 98년 이래 3년 동안 주요 대통령 표창을 빠뜨리지 않고 수상했다.


지식경영 도입전략

LG 전자도 지식경영 도입 초기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LG 전자는 고민 끝에 세 가지 단계별 해결책을 찾아냈다. 첫째, 지식생성을 철저히 기업 성과와 연결한다는 것. 전체 기업과 각 사업부서별로 경영 목표와 혁신목표를 세우고 이를 토대로 혁신 과제들이 도출된다. 이들은 혁신성과 크기에 따라 전사적 테마, 사업본부 테마 그리고 작업장 테마 등 세 종류로 분류돼 추진된다. 이 같은 혁신 과제는 ‘슈퍼A’라 불리는 지식창조 활동을 통해 해결된다. 둘째, 지식생성을 위한 공통언어의 보급이다. 공통언어란 다름 아닌 ‘문제해결 기법’을 뜻한다. 예를 들면 비용절감을 위한 ‘슈퍼A 문제해결 기법’, 신제품 개발기법인 ‘빅(VIC21)’, 품질개선 기법인 ‘6시그마’ 등이 그것이다. 지식생성과 직원간 문제해결을 위한 언어를 공유하게 되자 오프라인상에서 셋째 단계인 지식공유 활동에 들어갔다. LG 전자의 경우 특히 지식경영에서도 오프라인상에서 강점을 보인다. 예를 들면, ‘스킬(Skill)올림픽’. 매년 두 차례 전사 차원에서 열리는 지식공유 마당이다. 전직원이 모여 혁신과제들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지식을 창출했는지를 발표하고 논의한다. 개인 지식이 조직 내 지식으로 승화되는 마당이다.

LG 전자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전략을 기울이고 있다. 그 하나는 사내 지식포탈사이트 구축이다. 온라인을 통한 지식공유 활동이 저조한 것을 만회하기 위함이다. 다른 하나는 ‘조기경보체제'(EWS) 가동이다. 각종 성과와 혁신지표로 구성된 조기경보체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기존 혁신체제를 재점검하고 즉각 새로운 혁신체제로 돌입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강도 높은 지식생성 자극과 방향 설정을 위해서다. 노나카 교수가 주장하는 ‘하이퍼텍스트 조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은 하이퍼텍스트 조직같이 유연한 조직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LG 전자 지식경영의 핵심 ‘슈퍼A 활동’

슈퍼A 활동. 국내외 어느 업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LG 전자만의 독특한 지식경영 활동이다. 현장 중심의 경영혁신 활동으로 ‘A등급 기업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 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드림팀은 슈퍼A 화동을 펼치는 팀들에 붙여진 이름이다. 드림팀은 기존 피라미드형 업무조직에서 탈피한 ‘태스크 포스’ 형식을 갖추고 있다.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해 혁신과제를 해결한 후 원대 복귀한다. 역시 노나카 교수가 말하는 하이퍼텍스트 조직의 3층 중에서 ‘프로젝트 팀 층’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림팀에서는 팀장과 팀원 구분이 없다. 그 만큼 조직체계가 수평적이다. LG 전자의 장점은 이러한 드림팀의 운영이 단발성이나 일시적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식생성'(창조)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미 사업본부만 하더라도 드림팀은 매년 100개를 넘어선다.

게다가 드림팀에는 가장 유능한 인력을 주는 것이 당연시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LG 전자의 두 번째 장점이다. 물론 LG 전자에도 드림팀 외에 ‘관심분야연구회'(Community of Practice) 또는 학습 조직 같은 전문분과회가 있다. 이들의 활동도 만만치 않지만 LG 전자에서 주된 지식생성은 역시 이들 드림팀 몫이다. LG 전자가 드림팀에 각별하게 신경을 쓴다는 건 팀 조직 초기에 필수적으로 거치는 ‘팀빌딩'(Team Building)만 봐도 알 수 있다. 팀이 결성되면 2박 3일 정도 합숙기간을 갖고 ‘서로 알기’ 작업을 거친다. 그 후에 본격적으로 혁신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또한 팀이 형성되면 ‘KPI'(key performance index)를 비롯한 각종 활동지표를 회사에 등록해 자신들의 혁신방향을 명확히 제시한다.

혁신과제 수행이 끝나면 성과에 따른 보상과 함께 스킬 올림픽을 통한 ‘베스트 프랙티스’ 공유기회를 갖는다. 독특한 것은 실패해도 축적된 지식 가치가 높으면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상을 준다는 것이다. 결과만으로 새로운 지식을 죽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슈퍼A 활동은 LG 전자의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 슈퍼A 활동은 기업의 지식생성과 역량증대뿐만 아니라 개인의 역량강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돋보인다. 개인의 지식과 역량뿐만 아니라 동시에 조직의 지식과 역량도 함께 창출·강화할 수 있다는 건 지식경영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 아니겠는가! 다만 LG 전자의 경우 지식경영의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상(지식관리 시스템)에서의 활동과 성과가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이점만 보완한다면 앞으로 LG 전자의 미래는 밝다고 확신한다.

다음 그림은 LG전자의 지식경영을 개념적으로 도식한 것이다.

kmc21’s comment

얼마 전 ‘노나카’교수의 ‘하이퍼텍스트 조직'(Hypertext Organization)을 다룬 글에서, 독자들에게 그에 관한 사례를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약속대로 LG전자의 사례에서 ‘하이퍼텍스트 조직’을 볼 수 있다.(하이퍼텍스트 조직에 대해서는 본사이트의 ‘도서관’의 ‘인사관리’에 필자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독자들도 위 사례에서 LG전자에서 어느 부분이 ‘비스니스 시스템 층’, ‘프로젝트팀 층’, ‘지식베이스 층’에 속하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스킬 올림픽’은 하이퍼텍스트 조직의 어느 층에 속할까? 바로 ‘지식베이스 층’이다. 그럼 ‘슈퍼A조’는 과연 어느 층에 속하는지 생각해 보라. 이런 식으로 조금씩 적용시켜 이해하다 보면 지식창조이론도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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