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백승? [2]

손자의 세 가지 전쟁철학을 주의 깊게 읽었다면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손자는 ‘백 번 싸워서 백 번 모두 이기는 것'(百戰百勝)이 최상의 전략이라 보지 않았다. 그보다는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不戰而屈人之兵)이 최상의 전략이라 주장했다.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 孫子兵法 謀攻篇 中 –

“백 번 싸워 백 번 모두 이기는 것은 최상의 용병술이 아니다.
적과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가장 최상의 용병술이다.”

이런 구절도 있다.

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基下攻城.

– 孫子兵法 謀攻篇 中 –

“최고의 병법은 적의 의도를 꺾어 놓는 것이고
그 다음 병법은 적의 외교를 끊어 놓는 것이고
그 다음 병법은 적의 군대와 전쟁을 하는 것이고
최하의 병법은 적의 성곽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다.”

손무는 적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 군사력과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적을 위협 및 압박하여 굴복시키거나 투항하게 하는 방법(伐謀)
· 상대방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적의 의지를 꺾어 굴복시키는 방법(伐交)
· 적국의 야심있는 인물을 매수, 회유하거나 적의 적을 이용하는 방법, 다시 말해, 적을 통해 적을 제압하라(以夷制夷)

결론적으로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은 없다. 다만 모공편의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있다.

知彼知己, 百戰不殆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 아니라 ‘지피지기 백전불태’, 그저 두 글자 차이지만 속뜻은 깊다. 한번 음미해 보라. 적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고 있으면, 적과 백 번을 싸워도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이것이 승리보다 가치 있으며, 모든 승리의 기본전제가 된다.

엮인 글:
지피지기 백전백승? [1]
지피지기 백전백승? [2]
지피지기 백전백승?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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