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변화관리

변화와 혁신의 관계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혁신'(innovation)과 ‘변화'(change)는 같은 것일까,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것일까? 간단한 물음같지만 대답은 명쾌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변화(change)란 외부 또는 내부 압력에 대한 계획적 또는 비계획적 반응”(Todd D. Jick, Managing Change : Cases and Concept)을 의미한다. 일찍이 Darwin은 개인과 집단 그리고 사회전체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유기체는 항상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서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변화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장기간의 진화과정은 때때로 급진적인 변화에 의하여 큰 혼란을 겪게 되고 이에 적응하기 위하여 개인, 집단 그리고 사회전체는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여기서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는 바로 혁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변화는 상당히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변화는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번역가이자 작가인 이윤기와 변화경영전문가인 구본형은 변화는 변형(transformation), 변성(transmutation), 변역(transubstantiation)과 같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개선(improvement)과 혁신(innovation)도 변화의 얼굴로 집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변화는 개선과 혁신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본 글에서는 편의상 변화와 혁신을 같은 의미로 가정하기로 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기업에게 복잡하고 동태적인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수 많은 경영전문가들은 변화의 방법과 법칙을 포함한 ‘변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변화와 혁신의 관점에서 본다면 ‘리엔지니어링'(BPR), ‘전사적 품질관리'(TQM),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등과 같은 새로운 경영기법들은 그들이 만든 변화프로그램들 중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직원들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외치는 “변화! 변화! 변화!”(같은 말은 혁신! 혁신! 혁신! 이다.)라는 거북한 소리를 꾹참고 들어야만 했다. 뒤에서 보다 자세히 논하겠지만, 변화를 쫒은 기업들의 대부분은 실패의 쓴맛을 보게 된다. 그리고 불타는 전장에서 살아남아 영웅이된 기업들도 극히 소수지만 존재하고 있다.


혁신의 정의와 유형

귀에 못이 막히도록 듣고 있는 혁신(innovation)에는 다양한 정의가 있다. 어떤 이들은 혁신(innovation)을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새로 만들어 내는 발명과 같은 것으로 정의하기도 하고, 일부는 다른 조직이나 개인과 비교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최초로 사용하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혁신이라는 개념을 좀더 폭넓게 보고 있다.

즉 ‘혁신이란 조직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그것을 개발하여 실용화함으로써 시장이나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전과정’이라는 기술관리학의 정의가 보다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여기서는 내부적으로 창조된 것이든 혹은 외부로부터 도입된 것이든 간에 특정 조직에서 최초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이를 개발하여 실용화하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혁신이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에도 정의가 있고 종류가 있다. 우리가 말하는 혁신의 대부분은 ‘기술혁신’이다. 기술혁신은 다시 ‘공정혁신’과 ‘제품혁신’으로 구분된다.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생산공정에서 이루어지는 혁신을 공정혁신이라고 한다. 공정혁신은 생산효율성을 높이거나 생산량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작업방법, 장비, 작업 흐름 등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도요타가 개발한 ‘린-생산(lean production) 방식’이 여기에 속한다. 제품혁신은 새로운 시장 및 고객을 창출하거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하여 신제품 혹은 신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으로 SONY의 워크맨, MS의 Windows가 여기에 속한다. 다음으로, 조직 구조 및 관리방식 등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를 도입하고 채택하는 ‘관리혁신’이다. 마지막으로는 ‘인적자원혁신’을 들 수 있다. 이는 종업원들의 직무태도, 업무지식 및 능력, 기업관 등에 있어서 변화를 유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입하여 실용화하는 것을 말한다.


변화와 혁신 프로그램의 상호의존성

이러한 세 가지 유형의 혁신은 서로 독립적으로 발생하기 보다는 상호의존적으로 발생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할 경우(제품혁신) 이러한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생산공정상의 변화(공정혁신)가 요구된다. 또한 신차 개발을 위한 범부서적인 ‘신차 개발팀’과 같은 새로운 조직구조가 생겨나게 되며(관리혁신) 조직의 창의성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팀 빌딩’작업이(인적자원혁신) 선행된다.이와 같이 혁신 유형들은 독립적이라기 보다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한 혁신이 다른 혁신을 촉발할 가능성을 만들어 준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지니 다니엘 덕(Jeanie Daniel Duck)은 ‘변화관리 : 균형의 예술'(Managing Change : The Art of Balancing)에서 기업 전체의 변화에 대한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 “경영자는 변화관리를 단순히 기계를 가동하거나 환자를 치료하는 것 처럼 한번에 하나씩 처리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전체적으로 변화 노력을 연결하고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 그녀는 대부분의 경영자와 기업이 변화관리에 있어서 ‘부문 최적화’는 이루지만 ‘전체 최적화’에는 실패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어떤 환자가 동시에 다섯 종류의 수술을 받아, 각 수술은 모두 성공적이었지만 정작 그 환자는 죽었다”는 표현으로 변화관리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죽은 환자를 의미하는 생을 마감한 기업, 그리고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는 기업을 우리는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변화와 혁신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변화의 핵심은 각 부분을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분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상호 연결하는 것이다. 변화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는 부분간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한 요소가 변할 때 다른 요소들은 어떻게 변화는지, 그리고 변화의 순서와 속도가 전체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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