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을 기다리지 말고 하나 만들어라

우린 구체적인 것을 원한다. 상아탑 속 학자들의 이론은 추상적이라서 싫고 일반적이라서 얻을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도=매뉴얼’이라 믿고 있는 우린 늘 속빈 매뉴얼들에 허탈해 한다. 그리고 다시 좀더 나은 매뉴얼의 존재를 믿고 그것을 찾아 헤맨다. 유감스럽게도 내게 딱 맞는 맞춤옷같은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잘해야 ‘모방’이지만 그것은 잘해야 차선책이고 단기책이다. 좋은 스승을 두면 잘 배울 수 있지만 스승을 넘어 한걸음도 가지 못하는 제자는 가장 나쁜 제자다.

개인과 조직 모두 매뉴얼을 말한다. 자신의 삶과 자신이 속한 조직을 순식간에 바꿔줄 그런 연금술을 원한다. 개선은 귀납법이다. 조금씩 수정하고 버리고 채우는 것이 개선이다. 개선은 변화의 폭과 깊이가 제한적이다. 그래서 매뉴얼화가 가능하다.(그렇지만 이 역시 기대만큼 효과는 크지 않다.) 하지만 혁신은 다르다. 혁신은 연역법이라서 혁명이다. 인류 역사상 어떤 혁명도 매뉴얼에 의존해 성공한 적이 없다. 혁신은 새로움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매뉴얼의 장점이 곧 매뉴얼의 약점이다.

첫째, 매뉴얼은 체계적이다.
하지만 복잡하다는 점도 잊지 말아라. 언젠가 ‘맥도널드’의 매장운영 매뉴얼을 구경한 적이 있다. 전화번호부 이후에 그렇게 두꺼운 ‘책’은 처음 봤다. 그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걸 어떻게 교육 시킬까?

둘째, 매뉴얼은 구체적이다.
하지만 창조적이지 않음을 또한 기억하라. 매뉴얼은 과거에 대한 자료의 축적이다. 그래서 매뉴얼의 탄생과정은 귀납적이다. 매뉴얼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것은 생각의 여지를 없애 버린다. 우리가 매뉴얼을 원하는 이유가 뭔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아닌가. 다른 말로 하면 스스로 생각하기 싫거나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어제와 오늘이 같을 수 없듯이 똑같은 상황은 없다. 다양한 상황과 문제에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은 없다. 만병통치약같은 매뉴얼은 없고, 매뉴얼은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셋째, 매뉴얼은 단계적이다.
하지만 결정적 상황을 위한 것은 아니다. 매뉴얼은 언제나 ‘무조건 따라하기’식이다. 그래서 편하고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그 안정성은 ‘위기 상황’이나 ‘변화의 변곡점’과 같은 결정적 순간에 힘없이 무너진다. 대형 빌딩에 불이 났다. 건물 곳곳에는 ‘화재시 대피 요령'(매뉴얼)이 걸려있었지만, 아무도 그것대로 하지 못한다. 종종 최후의 대비책으로 매뉴얼을 갖고 있는 조직이 있는데, 그것은 종이 무게만큼의 짐에 다름아니다.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가장 큰 문제점은 매뉴얼 그 자체가 아니다. 늘 속으면서도 늘 더 나은 매뉴얼의 존재를 믿고 그것을 찾아 떠도는 우리의 자세가 더 큰 문제다. 매뉴얼을 기다릴바에는 그것을 만들어라. 매뉴얼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하면 된다. 어려운 것은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고 강점을 발전시켜 습관화하는 것이다. 혁신적인 성과를 원한다면 혁신에 의존해야 한다. 남과 똑같이 행동하면서 남보다 특별한 결과가 오길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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