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is War and Peace

코피티션은 1996년 예일과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두 교수인 배리 네일버프(Barry J. Nalebuff)와 아담 브란덴버거(Adam M. Brandenburger)가 지은 책 제목(Co-optetition)이며 바로 그 책에서 두 저자에 의해 처음 사용된 것이다. 코피티션(Coopetition)은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의 합성어이다.

과거 비즈니스의 세계는 ‘전쟁’에 비유되어 왔으며 비즈니스는 언제나 ‘경쟁’을 강조해 왔다. 또한 ‘경영전략 분야’에 있어서 핵심역량, 경쟁우위와 경쟁전략 등도 ‘비즈니스 = 경쟁’이라는 전제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비즈니스가 전쟁이고 경쟁인 세계에서는 ‘싸워서 반드시 이겨야 할 대상’이 경쟁자이고, 전쟁사가인 리델 하트(Liddel Hart)가 말하는 ‘자신의 강점을 적의 약점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이 비즈니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경쟁우위를 얻기 위해서는 경쟁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기업은 고객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납품업체와 협력하며, 팀을 형성하고, 경쟁자들과도 전략적인 제휴를 맺어야 한다. 오늘날 경쟁우위를 가진 기업들은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 ‘비즈니스 게임’에서 ‘경쟁’은 그 게임의 ‘반’일 뿐이다. 나머지 반은 무엇일까? 바로 ‘협력’이다. 그래서 코피티션은 ‘비즈니스는 경쟁과 협력’이라고 주장한다.

코피티션은 성공하기 위해, 경쟁자를 죽이고 납품업체에게 가격인하를 강요하고 고객의 주머니에 시선을 고정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한다. 소설가인 고어 비달(Gore Vidal)은 “성공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다른 편이 반드시 굴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회사인 노벨(Novell)사의 초고경영자인 래이 누다(Ray Noorda)는 ‘당신은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경영 이론과 전략은 전자에 속한다. 하지만 코피티션은 후자에 해당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승자는 별로 없고 이익도 적기 마련이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성공하는 것은 다른 기업들도 역시 성공할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로 Intel과 Microsoft를 들 수 있다. 인텔사가 현재의 고성능 칩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더욱이 그것으로 떼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만약 MS의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누가 인텔의 값비싼 칩을 이용하겠는가? 마찬가지로 MS의 소프트웨어가 강력한 기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텔의 펜티엄 칩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인텔과 MS는 서로의 경쟁우위에서 큰 자리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Cisco Systems나 Oracle 같은 정보통신의 거인들이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기업들이 성공하고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에 가면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 판매점들이 떼지어 모여 있다. 사당동에 가면 가구 판매점의 이웃사촌이 가구 판매점이다. 신당동에 몰려있는 즉석 떡볶이 집들에는 언제나 사람이 가득하다. 이 부문은 경쟁만으로는 설명할 수 가 없다. 가구 판매점들이나 즉석 떡볶이집들이 경쟁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서로 경쟁하며 시장을 분할하기도 하지만, 최적의 장소에서 시장을 형성하는데는 서로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모든 부문이 ‘승-패(win-lose) 게임’인 것은 아니다. ‘승-승’이 보다 많은 이익과 가치를 가져다 주는 경우도 있다. 코피티션은 바로 이런 것이다.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은 코피티션과 관계가 없다.

코피티션은 ‘비즈니스는 평화이자 협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거듭 강조하지만 ‘비즈니스는 경쟁과 협력’이다. 공급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협력이다. 하지만 공급 제품의 가격을 정하는 부분은 경쟁의 영역이다. 비즈니스가 경쟁과 협력이라는 말은 ‘비즈니스는 파이(pie)를 만들 때는 협력이고 그 파이를 나눌 때는 경쟁’이라는 말과 같다. 다른 말로 하면 비즈니스는 전쟁인 동시에 평화인 것이다.

KMC21’s Comment

코피티션은 비즈니스의 전반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네일버프와 브란덴버거 두 교수가 지은 ‘코피티션'(한국경제신문사, 1996년)에는 재밌는 것들이 많다. 저자들은 비즈니스는 협력과 전쟁, 즉 코피티션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게임이론을 접목한 새로운 전략적 체계를 보여준다. 밸류네트(value net), 보완자(complementor), 게임의 다섯가지 요소인 PARTS 등은 새로운 개념들이지만 아주 유용하다. 앞으로 조금씩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다룰 생각이다. 하지만 코피티션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코피티션은 새로운 ‘전략적 체계'(방법)로 볼 수 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경쟁전략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영 전략이 경쟁에 치중하고 있다면 코피티션은 상대적으로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위에서 본 인텔과 마이크로 소프트의 관계와 같이, 기업들은 공동의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 상호 WIN-WIN의 협조관계를 구축하고, 한정된 가치를 분배하는 과정에서는 경쟁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코피티션은 이와 같은 기업간 경쟁과 협조의 동시적 관계를 파악하여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WIN-WIN 전략을 모색하는 데 유용한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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