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빈의 q-비율 이야기

우리는 특정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판단할 때 종종 토빈의 q-비율(Tobin’s q-ratio)을 활용한다. 보통 한 기업의 q-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 기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과대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하향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q-비율이 낮다면 주식 시장에서 그 기업이 과소 평가되어 있고 상향 조정의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q-비율은 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뿐 아니라 그 결과를 산출하는 과정이 단순해 활용이 매우 쉬운 편이다. 실제로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을 발굴하기 위한 기초적인 방법으로 자주 쓰인다. 하지만 언제나 유용한 것은 아니다. 경제 환경과 패러다임의 변화는 토빈의 q-비율을 이해하는데 우리가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해 주고 있다.


Tobin’s q-ratio

토빈의 q-비율은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기업의 시장가치를 기업 실물자본의 대체비용으로 나눈 것을 의미한다. 보통 기업의 시가를 장부가로 나누어 나타내기도 하지만 정확한 의미에서 토빈의 q-비율과는 차이가 있다.

분자에 사용된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기업의 가치’는 주식가격에 발행 주식수를 곱하여 산출한다.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의미한다. 그리고 분모에 사용된 ‘기업의 실물자본 대체비용’은 ‘대체(replacement)’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동등하거나 동일한 자산을 취득하는데 소요되는 금액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동일한 회사를 지금 시점에서 설립하는데 소요되는 예상 금액’을 뜻한다.

보통의 경우 시가를 장부가로 나눈 Book-to-Market ratio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장부가가 시간적 흐름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기업 실물자본의 대체비용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지역의 10년 전 땅값과 1년 전 땅값을 수치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두 지역 모두 현재의 시가로 환산해 비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q-비율의 의미

글의 첫 부분에서 토빈의 q-비율은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특정기업의 조정 상황을 해석하는데 활용한다고 했다. 보통 q-비율이 높고 낮음으로 이러한 상황을 판단하는데, 분모와 분자 모두 동일한 대상에 대한 각기 다른 평가치이기 때문에 결과값은 비율(ratio)을 나타내고 그 기준은 1이 된다.

q-비율이 1보다 크다는 것은 그 기업의 장부상 가치보다 시장에서의 평가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업은 보통의 경우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충분히 성장을 끝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투자를 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큰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반면에 q-비율이 1보다 작다면 시장에서 바라보는 기업의 가치가 실제 그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경쟁이 극심하거나 사양업종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보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의 가치가 낮다는 것은 이미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거나 문제가 큰 기업이라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고 성장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시장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아 q-비율이 낮은 것이라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양산업이거나 문제 기업일 가능성 때문에 q-비율이 낮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라

사람들은 왜 주식투자를 할까? 아마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환상은 역시 환상에 불과하다.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기술적 분석이나 방법들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원칙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원칙이란 다름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작지만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투자하라’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데 토빈의 q-비율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q-비율이 1보다 크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고평가되어 이미 성장을 다한 기업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반면 q-비율이 1보다 작은 기업이라면 아직까지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는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 속에서도 Book-to-Market ratio나 토빈의 q-비율을 활용해 저평가된 기업을 찾고 있고 있으며 투자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변화하는 q-비율의 의미

하지만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식과 노하우, 인적자원, 브랜드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우리 삶의 중심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있어 기업이 소유한 물리적 자산은 더 이상 첫 번째 고려 사항이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1990년 중반이후 IBM과 Microsoft의 시장가치를 비교해 보면 Microsoft가 다소 앞섰다. 하지만 Microsoft가 소유한 물리적 자산은 IBM의 18분의 1에 불과했다. 만약 사람들이 q-비율을 활용해 투자를 한다면 과대평가되어 있는 Microsoft보다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IBM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했다. 게다가 IBM은 e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맞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결과는 우리의 기대와 달랐다.

무엇이 사람들을 Microsoft에 투자하도록 했을까? 바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Microsoft의 브랜드와 인적자원의 가치가 사람들의 투자를 이끌어 낸 것이다. 투자자들은 그러한 가치가 미래의 성장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쩌면 현명한 투자자들은 IBM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자산이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는 부채의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가치가 중요하다

현재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대표적인 산업과 기업들은 토빈이 q-비율의 개념을 선보였던 30여 년 전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아웃소싱 등의 방법으로 기업의 몸집을 줄이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와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그 시장가치에 비해 자산규모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러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21세기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세상을 지배하는 세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토빈의 q-비율은 아직까지 유용하게 활용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산업과 기업에 따라 왜 q-비율이 다를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성장가능성이 크지만 q-비율이 낮은 기업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많은 물리적 소유를 즐기는 기업은 급변하는 변화의 흐름에 둔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