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elch의 GE인가, GE의 J.Welch인가?

Jack Welch,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최고경영자!

미국 GE(General Electric)의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Jack Welch는 우리에게도 이미 친숙한 이름이 되어 버렸다. 그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세계의 모든 기업인들에게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아무도 그가 ‘탁월한 경영자’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리더십이나 경영혁신에 관한 서적이나 자료에서 그의 이름은 자주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외국과 국내언론에서도 가장 많이 다루는 CEO중의 한명이 바로 Jack Welch다. 모두들 그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경영서적과 언론 속의 Jack Welch는 ‘비대한 공룡기업인 GE를 그만의 독특한 리더십과 능력으로 회생시킨 인물’로 비춰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첫째, ‘과연 현재의 GE가 Jack Welch만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인가’하는 점이다. 둘째, ‘GE가 현재와 같이 영속적으로 존재하며 번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하는 점이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갖은 이유는 현재 국내의 경영인 뿐만 아니라 직장인, 경영학도가 GE와 Jack Welch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특히, 언론과 경영서적에서 폭넓은 검토와 분석없이 GE와 Jack Welch에 대해 다루고 있고 이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글이 다소 길어지겠지만 이 두 가지 의문을 풀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GE와 Jack Welch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GE는 올해로 10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임을 감안할 때 약 1세기 넘게 최고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까지 GE는 약 350개의 사업분야에 진출해 있었으며 종업원은 약 40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Jack Welch회장이 취임한 이래 GE는 현재 12개의 사업부로 나눠질 만큼 다양화한 사업분야에 진출해 있으며, 종업원은 약 28만명(98년 기준) 이다. 97년 기준으로 매출액은 908억 달러, 순이익은 82억 달러에 달한다. GE는 미국의 Fortune지가 선정하는 ‘500대 기업 순위’와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오랫동안 상위에 올라있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다.

GE는 전통적으로 ‘다각화’을 통해 발전해 왔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BCG 매트릭스’나 ‘맥킨지’의 ‘포트폴리오 관리기법’은 모두 GE가 자신의 다각화된 사업들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해 개발해 낸 경영기법들이다. 하지만 GE의 ‘성공요인’이 다각화 전략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실제로 많은 경영서적에서는 GE의 다각화 전략을 가장 큰 성공요인으로 뽑고 있다). GE의 성공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GE에는 초창기부터 그들만의 ‘살아있는 비전’이 있었다. 살아있는 비전의 존재는 조직 구성원들이 비전을 공유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열정적이며 스스로 헌신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GE에는 다른 초일류 기업과 마찬가지로 ‘탁월한 최고경영자와 리더’가 기업을 이끌었다. 조금 후에 살펴 보겠지만, 창업자인 찰스 코핀을 비롯하여 공동CEO인 스워프/영, 코디너, 보치, 존슨 그리고 현재의 잭 웰치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를 이끌었던 리더들이 존재했다.

다음으로 GE에는 GE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존재했다. 예를 들면, GE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집단의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일종의 자신감을 의미했다. 또한 GE의 비전을 공유할 수 없는 사람은 GE가 결코 ‘좋은 직장’이 아니었다. 그 정도로 GE는 그들만의 문화를 창조하고 유지했다. 독특한 문화의 또 다른 예로는 ‘내부승진 문화’를 들 수 있다. 108년 역사에서 외부에서 CEO를 영입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이 이점을 증명해 준다.

위에서 언급한 현재 GE가 진출해 있는 분야와 GE의 비전을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Jack Welch 회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Jack Welch는 1981년 GE의 회장에 취임한다. 그리고 그는 취임사에서 앞으로 GE는 10년 후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회사가 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Jack Welch는 10년이 훨씬 지난 현재 그의 주장을 100% 이루어 냈다.

Jack Welch의 GE에 대한 ‘경영혁신’은 ‘혁신대상’을 기준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사업부문의 정리(사업포트폴리오 정리)같은 ‘기업의 하드웨어’의 혁신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구조와 기업문화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의 혁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하드웨어의 혁신’은 다음과 같은 Jack Welch의 유명한 말에 그 핵심이 압축돼있다. ” 현재 우리가 하는 사업에서 업계 1위나 2위 혹은 그럴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은 매각할 것이다”, Jack Welch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 주장대로 실행했다. 실제로 Jack Welch는 1980년과 1993년을 비교하면 약 9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매각하였다. 그리고 350개에 달하던 사업부서를 13개의 사업부로 통합 정리하였다. 자산 매각에 따라 40만명에 달하던 종업원 수도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Jack Welch는 같은 기간에 약 180억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자산을 인수하였다는 것이다. 즉, Jack Welch회장의 전략도 기존 GE와 마찬가지로 다각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Jack Welch가 여기서 멈췄다면 그는 지금의 자리에 없을 것이다. 다시말해, Jack Welch의 탁월함은 사업포트폴리오의 통합과 조정보다도 기업 내부의 혁신 측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Jack Welch의 ‘기업의 소프트웨어 혁신’은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 졌을까? 첫째, 기존의 복잡한 위계질서에 기반을 둔 관료적 조직을 대폭적으로 간소화하여 수평적 조직구조로 변화시켰다. 둘째, ‘워크 아웃'(Work Out)’과 ‘Best Practice’같은 제도를 통해 기업 내부를 혁신한 것이다. Jack Welch의 혁신 방법을 분석해 보면 ‘속도'(speed), ‘단순함'(simplicity), ‘자신감'(self confidence)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8년 가을 Jack Welch가 학계와 업계의 요청으로 국내에서 ’21세기 경영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국내에서 저명한 대학교수가 Jack Welch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만약 한국의 재벌 그룹 중 하나에서 Jack Welch회장을 최고경영자에 초빙한다면 첫날, 첫 주 그리고 첫 달에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Jack Welch회장은 어떤 답변을 했을까? 필자는 Jack Welch 회장의 답변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첫날, 저는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겠습니다. 언어를 모르고는 어떤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는 종업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당신이 회사 발전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면서, 회사 조직에서 관료주의를 철저하게 몰아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사업구조를 정리해서 1등하는 회사만 남겨 두겠습니다. 그래서 모든 종업원이 1등하는 재미를 맛보도록 해주겠습니다. 저는 종업원들을 활짝 핀 꽃같이 만들려고 합니다. 종업원들에게 비료를 뿌리고 물을 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회사 발전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한 다음, 이들과 함께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어떤가? 자신감과 속도 그리고 단순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Jack Welch에게 질문을 했던 대학교수는 Jack Welch회장의 이런 답변을 듣고 ‘잭 웰치의 1천억원짜리 충고’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Jack Welch회장이 98년 한 해에 받은 봉급이 우리 돈으로 약 1,000억원이었다.)

이제 필자가 글 초기에 제기한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답변을 해보자.

과연 현재의 GE가 우리가 읽은 책과 같이 Jack Welch만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인가’

필자의 답은 ‘아니다’는 것이다. Jack Welch가 GE를 재건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그의 호감 가는 성격이나 놀라울 정도의 추진력과 에너지가 그 과정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웰치의 지도력만 강조하는 것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웰치는 GE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웰치가 지금의 GE를 있게 했지만, 마찬가지로 GE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위치가 있을 수 있었다. GE라는 조직이 웰치를 채용하고 키워서 지도자로 선택할 만한 능력이 있었던 셈이다.(GE의 내부승진 문화를 기억해보라!) GE는 웰치의 임기 훨씬 이전에 이미 번성하고 있었고, 아마 그의 임기 이후에도 오랜 동안 번성할 것이다. 웰치가 GE 역사상 최초의 뛰어난 사장이라고 할 수 없듯이 그가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GE에서 웰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100년이 넘는 GE의 전체 역사에서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GE가 웰치라는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까지 GE가 축적해온 비전과 문화같은 기업 역량에서 비롯된 것이다.

‘GE가 현재와 같이 영속적으로 존재하며 번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라는 두 번째 의문의 답은 위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웰치를 선택했던 ‘레지널드 존스'(Reginald Jones)가 그랬듯이 웰치도 그와 같은 현명한 후계자를 선정할 것이다. 그것은 이미 GE의 오랜 ‘전통’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에게 생소한 웰치 바로 전의 CEO인 레지널드 존스은 CEO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미국에서 가장 칭송받는 기업인’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그는 1979년과 1980년 두 해에 걸쳐서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가 행한 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선정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포천’지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1980년 조사에서도 1위에 선정됐으며, 1980년의 ‘갤럽’ 조사 결과 ‘올해의 최고경영자’로 뽑히기도 했다. 그 외에도 웰치같이 탁월한 리더들이 GE에는 대부분의 시기에 존재해 왔다.


kmc21’s comment

‘Jack Welch의 GE’인가, 아니면 ‘GE의 Jack Welch’인가?, 답은 ‘GE의 Jack Welch’다. 필자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탁월한 조직에서 탁월한 상품(서비스)뿐만 아니라 탁월한 지도자도 나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Jack Welch 회장에 대해 무엇인가 배우고 본받고 싶다면, 우리는 먼저 GE라는 기업부터 이해하고 배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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