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Ally McBeal’이라는 국내에서도 꽤 인기 있는 미국의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법률회사이다. 등장 인물들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이야기하려는 인물은 주인공의 비서인 30대의 Elaine Vassal이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꿈을 가지고 있다.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이 그것이다. 단순히 꿈이라는 하기에는 넘칠 정도로 그녀의 실력은 뛰어나고, 어렸을 때부터 혼자 춤추고 노래해 온 그녀의 재능은 꿈을 이루기에 충분해 보인다.

기회가 온 것일까? 그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앵콜 공연을 위한 공개 오디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마 절대로 안 되겠지만(누구나 하는 일종의 자기방어지만 정말 안되면 상처가 크다)’이라는 말과 함께 오디션에 참여한다. 무대에서 그녀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결국 떨어지게 되고 돌아서는 길에 우연히 뮤지컬의 감독과 마주치게 되어 대화를 나누게 됐다. 기억력이 나빠 정확하지는 않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감독 : “재능은 돋보이지만 큰 무대에 설만큼의 경력이 없더군요. 그래서 떨어졌습니다.”
Elaine : (어이없는 표정으로) “경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드라마 속의 내용이지만 우리의 현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현실 속의 우리들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할 기회를 갖지 못해 좌절하는 것처럼 그녀도 깊은 상실감에 빠지고 말았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꿈과 재능에 회의를 갖게 됐을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경력 사원들을 선호하고 있는 듯하다. 막대한 신입사원 교육비와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안정감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대형 뮤지컬을 엮어내는 드라마 속 감독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재능이 돋보이기는 하지만 정식 뮤지컬 무대에 서 본 적이 없는 그녀를 무대에 올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경력이 갖추어져 있다면 어느 정도 재능이 뒷받침 될 것이라는 감독의 추론도 한몫 했을 것이다.

경력은 지식과 기술이다. 시간과 노력을 통해 쌓이는 성과이다. 그렇다면 재능은 무엇일까? 재능은 바로 천부적인 능력을 말한다. 지식과 기술은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재능은 개개인에게 있어 고유하며 불변하는 능력이다. 지식과 기술은 재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한계를 갖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한시적인 문제일 뿐 자신의 재능을 극대화하는데 지식과 기술은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눈부시게 뛰어난 성과는 지식과 기술이 아닌 재능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뮤지컬 감독은 그녀의 경력보다는 재능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았을까?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은 1~2년에 그치는 경력을 중요하게 여기기보다는 지원자들이 가지고 있는 천부적인 재능을 채용의 제 1순위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인터뷰를 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재능을 파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현재의 채용 시스템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도 좋을 것이다.

기업 내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의 성과를 관리하고 적절한 위치에 앉히는데 개인의 재능에 관한 문제는 언급도 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과 관계없는 일을 하며 괴로워하고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회사는 애써 외면할 뿐이다. 결국 가장 크게 괴로워하게 되는 것은 회사인데도 말이다.

개인의 ‘재능’이 기술과 지식보다 기업에 더 큰 공헌을 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개인의 재능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이제까지는 존재하지 않았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경력과 학력 위주의 채용 그리고 부적절한 인사 관리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학력이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지원자를 내쫓고, 내가 원하는 자리를 주지 않는다 해서 인사 담당자를 탓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은 이렇게 모호하기만 한 개인의 재능, 즉 강점을 구체화해 주는 책이다. 갤럽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의 강점을 발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막연한 이론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나의 강점을 제시해 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산출된 개인의 강점에 관한 정보는 자아 발전은 물론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제껏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재능에 관한 논의를 가능하게 해 준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상황에서 ‘지원자들의 재능을 느낄 수 있지만 불합격시킬 수밖에 없는 문제’의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돕는 것이다. ‘재능’을 명확히 정의하고 파악하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개인과 기업 모두에 있어 ‘재능’을 발견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얼마 전 출간된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위대한 기업은 기업의 방향을 결정하기 이전에 ‘기업에 적합한 사람’을 먼저 뽑는다는 사실을 밝혀 냈고, 여기서 ‘적합한 사람’의 여부는 전문 지식이나 배경, 기술보다는 성격상의 특질이나 타고난 소양과 더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그 당시 책을 읽으면서 다소 부족했던 설명을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을 통해 찾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개인의 강점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점 혁명’의 저자들은 기업이 사람들 다루는데 있어 개인의 강점을 이해하는 혁신적인 변화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기존의 방법 – 재능을 제외한 인사관리 요소들을 활용한 평가 – 을 버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새로운 시도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기를 낸다면 위대한 기업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이 좋은 스승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개인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강점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다.

최근에 일고 있는 ‘최고의 인재가 기업의 대부분의 성과를 낸다’는 믿음은 옳지 못하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옳다. 그것이 나와 기업을 위대하게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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