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낙원을 위하여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그 생명이 유한하다. 숨이 붙어 있지 않은 것조차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차를 타고 지나다니며 매일 바라보던 빌딩이 어느 아침엔가 무너져 있고 그 순간을 눈치 못 챌 사이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 주변을 통해 매일 같이 죽음과 탄생을 목도한다.


기업, 꿈틀거리는 생명체

이른 아침, 피곤한 몸을 일으켜 커피 한 잔과 함께 신문을 뒤적이다 보면 지면을 빽빽이 채우고 있는 기업들의 소식을 볼 수 있다. 삶과 죽음의 희비가 교차하는 정지된 순간이 책상 위, 그 작은 공간에 펼쳐 진다.

이제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한 신설 기업들과 어려운 시기를 거쳐 내고 달콤한 꿀맛을 맛보고 있는 벤처들, 그리고 진부함의 끝에 더 이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파산 직전의 노쇠한 회사들까지. 마치 생명을 가진 생명체처럼 그들은 감정과 에너지를 발산하며 나를 그리고 우리들을 보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져 들게 한다.


인생

태어났다면, 성장하고, 성숙하고, 노쇠하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나도 그럴 것이고 모두가 그럴 것이다. 내가 밥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생명체처럼 기업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가진 것 하나 없이 단 몇 사람이 모여 허름한 회사 하나를 만들어 내고, 그들이 만들어낸 제품과 서비스가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회사는 점차 몸집을 불리고 성장을 거듭하게 된다. 하나 둘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 들게 되면서 그들은 세상의 어떠한 도전과 어려움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보듬어 안고 그들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을 향하여 달려간다.

하지만 사람과 돈이 넘쳐나고 그들이 성공의 자아도취에 빠질 때 즈음, 마치 기억상실에 걸린 듯 잊지 말아야 할 과거와의 단절이 시도된다. 잊어야 할 과거에는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이중성을 드러내며…


잊지 말아야 할 것, 잊어야 할 것

우리에게 성공을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인가? 잘 짜인 조직과 시스템? 성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프로세스? 아니면 성공의 그늘이 남긴 자만과 거만인가? 확신하건대 모두 다 아니다.

성공의 원천은 그들이 처음 순간 가졌던 꿈과 열망이며, 세상 그 무엇도 굴복시킬 수 없었던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이었다. 이것이 성장의 근원이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잊어야 할 것은 필요에 의해 생겨나 내 몸 속 깊숙이 베어 버린 관습이다. 알맹이 없는 시스템과 프로세스이다. 그것은 타성과 관성에 불과하다.

잊어야 할 과거에 대한 병적인 집착은 끝없는 실패의 나락을 의미할 뿐이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것들은 구시대적 유물, 아니 쓰레기에 불과하다.

이렇게 속이 텅 비어 버린 회사에는 정치만이 남는다. 더러운 정치판이 그러하듯 권모술수만이 난무하며, 행동은 없고 오직 더러운 말과 종이 쪼가리만이 생산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열정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빠져 나가고 그 빈자리를 무능한 사람들이 메우며 회사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게 된다.


다시 살아남

유한한 생명은 우리의 숙명이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생명에 유전자를 전달하며 길고 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영원한 생을 누리는 것이다.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고 사는 것이다. 이것은 신의 섭리이자 자연의 법칙이다.

반면에 기업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 변화와 혁신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몹시 거북하며 뼈를 깎는 고통이다. 나의 몸을 파괴하고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하는, 세상에 태어나서 다시 겪기 싫은 만큼의 고통과 같다. 그래서 애초에 시도도 해 보지 않고 쉬운 죽음을 선택하고 마는 안타까운 현실이 생겨난다.

변화와 혁신은 잊어야 할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끝없이 되뇌며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성공을 뒷받침했던 핵심 유전자, 즉 핵심 역량을 복제해 와야 한다. 이것이 기업의 ‘다시 살아남’이다.

다시 살아난 기업은 이전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기업이다. 오직 핵심 역량만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할 뿐이다.


영원한 삶, 영원한 낙원을 위하여

각자 개인에게 있어 영원한 삶은 축복이 아니다. 하지만 작은 삶 하나 하나가 끊임없는 변화를 만들어 내며 생을 이어간다면 우리는 훌륭한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신의 축복이다.

마찬가지로 더 위대한 기업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는 가능성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가능해 진다. 핵심을 보전하며 자기 절제와 발전을 거듭한다면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낙원을 건설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축복이다.

위대한 기업은 위기의 순간, 죽음의 문턱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꾀한다. 혁명이 일어나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생을 시작하는 것이다. 변화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서 망설인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오직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생각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역량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전혀 새로운 영역에서 그 역량을 발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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