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미래경영

피터 드러커와 경영학 60년의 개관서

내가 경영서적 코너에서 책을 뒤적이고 있을 때였다. 대학교 학부생인 듯한 어린 학생 하나가 내 곁을 지나치며 옆 친구에게 “나도 한때는 경영이었지”라며 한마디를 건넨다. 씩 웃으며 지나치는 폼이 아무래도 내가 훑고 있던 피터 드러커의 ‘미래경영’을 보고 한 말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책을 뒤적거리던 내 모습이 무척 어설퍼 보였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 정도 책은 옛날옛적에 다 떼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거나.

사실 경영학이 일반교양이 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짙어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우 빠르게 학문의 위상이 정립된 이후, 과감하게 상아탑을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침투해 가는 속도와 힘은 놀라울 정도이다. 이제 모두가 무엇이든 하나쯤은 경영을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누구나 기업을, 봉사단체를, 가정을, 자신을 ‘경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경영학은 그 뿌리가 깊지 않다. 경영학을 과학의 한 영역으로 끌어들인 프레데릭 테일러 이후 불과 한 세기가 지났을 뿐이다. 포드와 슬로안이 차를 만들기 시작하던 때에도 경영(management)은 이제 막 그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을 뿐이다. 마치 스피드가 넘치는 카레이싱을 펼치듯 ‘누구나 자신 있게 경영을 얘기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까지 반세기가 채 걸리지 않았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대중적인 학문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 모든 공(功)은 타고난 모험심을 마음껏 발휘했던 기업가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땀흘려 일한 노동자, 좋은 물건을 찾아 아낌없이 소비했던 고객들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더 있다. 바로 미래경영의 저자 ‘피터 드러커’이다.

피터 드러커는 흔히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이자 대부로 불린다. 군대식 조직의 단순 관리(administration)가 전부였던 기업에 목표에 의한 관리와 수평적 조직 구조를 선물했고, 이익 창출이 중요한 목적이었던 기업에 고객 창출이라는 중대한 목적 의식을 심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노동, 자본, 토지를 이어 지식이 가장 중요한 기업의 자산이 되리라 예견한 학자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피터 드러커의 역사, 곧 현대 경영학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 ‘미래경영’이다. 원서의 제목은 ‘The Essential Drucker : In One Volume the Best of Sixty Years of Peter Drucker’s Essential Writings on Management’이다. 다소 길지만 책이 목표하는 바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일생동안 수많은 글과 책을 써냈다. 그의 사상과 경영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글과 책을 읽어보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아흔이 넘도록 저술과 강연활동을 하는 노학자의 열정을 따라잡기가 쉽지는 않다. 다소 부족한 듯 하지만 피터 드러커의 사상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을 엄선했기 때문에 개관서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피터 드러커 연구 활동의 개관서인 ‘미래경영’은 경영의 이론과 실제를 다룬 Management와 자기 경영을 다룬 The Individual, 미래 사회에서 지식인의 책임과 역할을 다룬 Society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파트를 설명하는 총 2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책의 내용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가 처음 그러한 개념을 선보였을 당시의 신선함을 생각해 본다면 피터 드러커의 위대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질 것이다.

솔직히 피터 드러커의 글은 보통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지 못한다. 현란한 경영기법과 혁신기법을 말하지 않을뿐더러 과도한 꿈과 희망만을 안겨주는 낙관주의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를 예견하는 힘과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넘쳐나는 그의 글 안에서 다른 경영학자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카리스마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카리스마는 자신의 이론에서처럼 그의 능력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리뷰를 보는 사람이 누구든지 간에 ‘미래경영’을 꼭 읽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원서를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피터 드러커의 글을 통해 불변하는 ‘경영의 원칙’을 배우기를 바란다. 경영의 목적을 망각하고 그저 폼이 나고 시간 보내기 즐거운 일에만 몰두하는 경영자, 노동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피터 드러커의 글을 읽을 필요가 있다.

‘나도 한때는 경영이었어’라고 주장하는 어린 학생에게도 피터 드러커는 반드시 필요하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