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리더의 조건

유명한 미디어 사업가인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은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따르거나 존경하는 경영학의 권위자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권위자라고? 당신은 여기저기에서 보석을 찾는다. 그러나 당신도 알다시피 대부분의 것들은 상당히 명백하다. 더블데이 시점의 비즈니스 코너로 가라. 그러면 멋진 제목의 책들이 즐비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300달러를 들여 읽을 만한 책을 사라. 그러고는 그것들을 내던져 버려라.”

머독의 이런 반응은 경영학에 만연한 거짓과 위선, 허황된 망상, 현실을 담지 못한 이론에 대한 실망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성공적인 경영을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학자와 꼭 필요한 이론과 읽어야 할 책이 있기 마련이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와 피터 드러커의 사상과 피터 드러커의 책이 바로 그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존 미클스웨이트(John Micklethwait)와 에이드리언 울드리지(Adrian Wooldridge)는 ‘누가 경영을 말하는가(The Witch Doctors)’에서 “경영학은 오늘날까지 기껏해야 한 명의 위대한 학자, 피터 드러커를 탄생시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톰 피터스(Tom Peters)는 “피터 드러커 이전에는 진정으로 경영학 원칙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찰스 핸디(Charles Handy)는 “실제로 거의 모든 이론의 뿌리를 찾아 내려가다 보면 피터 드러커와 만나게 된다”고 시인했다. 빌 게이츠(Bill Gates)나 잭 웰치(Jack Welch)에게 “흥미를 느끼는 경영학 서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면 그들의 입에서는 어김없이 ‘피터 드러커’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온다.

존 미클스웨이트와 에이드리언 울드리지는 경영 분야에서 “피터 드러커 정도의 전체적인 시각을 가진 이론가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나 역시 동의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피터 드러커’를 입력하여 검색하면, 그와 관련된 책이 50권 넘게 나온다. 검색 결과에는 피터 드러커의 60여 년간의 작업의 결과물을 3부작으로 정리한 ‘프로페셔널의 조건’, ‘변화 리더의 조건’, ‘이노베이터의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 이 3부작은 피터 드러커의 넓은 시선과 깊은 통찰력을 잘 담아낸 수작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지식근로자의 자기경영과 생산성 향상에 대한 것이고, ‘변화 리더의 조건’은 경영은 무엇이고 왜 중요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노베이터의 조건’은 새로운 사회의 변화에 주목하여 21세기 지식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

‘변화 리더의 조건’에서 우리는 경영의 원리와 원칙, 전략, 실무를 꿰뚫는 대가를 만날 수 있다. 경영에 대한 피터 드러커의 시선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는 경영은 ‘실무(practice)’라고 단언한다. 실무는 이론과 실행 둘 다를 필요로 한다. 이론은 믿을 수 있고 유용해야 한고 실행은 단단하고 명확해야 한다. 경영은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고 행동을 통해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은 인간에 관한 것으로서 인간의 가치관 및 성장과 발전에 관계된 것’이므로 ‘인문학’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경영의 이론을 수립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경영의 영향을 받는 것도 인간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간과한 경영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창출할 수 없다. 그래서 ‘이익 극대화’는 기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 ‘이익의 극대화’는 기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연결될 수도 없는 목적은 목적이라 불릴 수 없다.

경영에 관한 그의 통찰력은 눈부시다. 그 중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기존의 조직이 쇠퇴하는 가장 큰 하나의 이유는 혁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이 파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경영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36]

모든 조직의 흥망성쇠의 원인은 이 두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누구나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렇게 말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조직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경영하는 방법과 혁신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피터 드러커는 다시 이렇게 강조한다.

“경영 방법을 배우지 않는 기업가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혁신 방법을 배우지 않는 경영자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207]

피터 드러커는 대부분의 조직과 경영자가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조직과 경영자들이 스스로에게 제기해야 할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고 탄식한다. 우리는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무엇이 중요한 질문인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다음을 보라.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우리의 고객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고객은 무엇을 구입하는가? 앞으로 우리가 할 사업은 무엇인가? 우리의 사업은 무엇이 도어야만 하는가?”[60~67]

‘보고서와 표준 업무 절차’에 대한 피터 드러커의 조언을 들여다보면, 그가 경영의 실무에도 정통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보고서와 표준 업무 절차처럼 쉽게 오용되거나 큰 피해를 주는 도구도 드물다’고 주장한다. 그는 표준 절차는 효율성 향상을 위한 도구이지 규범의 도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번 정해진 표준 절차가 조직의 가치관이나 사명인양 보호되거나 신성시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모든 조직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표준 절차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검토 결과에 따라 표준 절차는 현실의 변화에 맞춰 개선되어야 하고 불필요할 경우 폐기되어야 한다. 표준절차는 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이지 목표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화 리더의 조건’은 실무자와 학생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학생은 아직 경험이 적기 때문에 피터 드러커의 통찰력을 실감하지 못하고 지루해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여러 시기에 여러 번 읽어야 한다. 반대로 실무자의 경우는 이 책을 읽으며 압도당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꼼꼼히 천천히 읽어야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작게’ 실천해야 한다. 조직 전체보다는 부서부터, 부서보다는 개인부터. 즉, ‘나’에게 적용하는 것이 바른 출발점이다.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경제는 ‘상품 경제’에서 ‘지식경제’로,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식 사회’로, 근로자는 ‘육체 노동자’에서 ‘지식 근로자’로 전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거시적인 통찰을 제시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개인과 조직, 그리고 개인과 조직을 경영하는 방식도 그에 따라 변하는 것’이 당연했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자신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통찰력은 넓고 깊었으므로, 그의 연구도 그러했다. 그는 많은 책을 출간했다. 그는 한 평생을 개인과 조직의 경영 연구를 위해 바쳤다.

그는 한 개인이 지식근로자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방법론과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또한 지식근로자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와 그들이 자주 빠지고 저지를 수 있는 함정과 실수들을 알려 주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조직의 성공을 위한 경영 원리와 원칙 그리고 방법론을 제공했다. 경영에 대한 그의 사상과 아이디어는 특정 분야가 아닌 그야말로 경영의 전분야를 아울렀다. 게다가 그가 말하는 조직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도 포함됐다. 어쩌면 피터 드러커에게 경영학자나 이론가라는 명칭은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는 경영에 관한 최후의 박식가로써 현대 경영학계의 지나친 전문화를 비판하고 경영 분야에 대해 모든 것을 알기로 결심한 세계적인 지식인에 더 가깝다.

◎ 저자의 목소리: 인용
– ‘[]’ 안의 숫자는 page를 지칭한다.
– ‘인용’에서 별다른 표기가 없을 경우, 저자의 말이다.
– ‘※’ 표시는 간단한 설명과 나의 느낌이다.

[39~42] 경영의 발전과 경영의 역사-실패의 역사와 더불어 성공의 역사까지-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경영이란 다른 무엇보다도 몇몇 기본적인 원칙들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경영이란 인간에 관한 것이다. 경영의 과업은 서로 다른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공동으로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각자의 강점을 활용하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각자의 약점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

2. 경영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은 문화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경영자가 수행하는 과업 그 자체는 독일, 영국, 미국, 일본, 브라질 등 어디에서나 똑같다. 하지만 그 과업을 어떻게 수행하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현격하게 다를 수 있다. 개발도상국가의 경영자들이 당면한 기본적인 도전들 가운데 하나는 자신들의 독자적인 전통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찾아내고 확인함으로써 이를 경영의 기본 원칙으로 삼는 것이다.

3. 모든 기업은 구성원들이 공동의 목표와 가치관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공동의 목표와 가치관이 없는 기업이란 단지 사람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을 뿐 기업으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 … 경영의 첫 번째 과제는 공동의 비전과 목표 그리고 가치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결정하고, 구성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4. 경영은 또한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새로운 요구와 기회 그리고 변화에 맞추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만 한다. 모든 기업은 배우는 기관(learning institution)이자 가르치는 기관(teaching institution)이다. 훈련과 개발은 모든 경영 계층에 확립되어야 한다-그리고 훈련과 개발은 절대로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5. 모든 기업은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작업을 하는 데 필요한 온갖 기술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도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기업은 커뮤니케이션과 개인의 책임을 바탕으로 조직되지 않으면 안 된다.

6. 수익률 혹은 생산량 같은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경영과 기업에 대한 적절한 성과 측정 지표가 될 수 없다. … 마치 인간이 자신의 건강과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측정 방법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기업도 자신의 건강한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측정 방법을 필요로 한다. 성과는 기업과 기업 경영의 한 부분으로서 구체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성과는 측정되어야만 한다-최소한 평가되어야 한다-그리고 성과는 끊임없이 개선되어야만 한다.

7.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의 결과는 언제나 기업의 외부에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기업의 결과란 곧 고고객의 만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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