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마케팅

누군가 내게 ‘마케팅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무척 당황스러워진다. 마케팅 이론과 그 발전 과정이라면 대강 몇 분쯤은 떠들어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의 본질과는 한참 먼 현학적 허세에 불과할 뿐이다. 아니 그것에도 못 미친다.

상품을 기획하고 팔면서 느끼는 것은 마케팅 분야에는 경험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과 그것을 뒷받침할 근면함과 진실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론의 중무장은 시간을 조금씩 내어 가며 비교적 쉽게 갖출 수 있지만, 경험을 쌓아나가기 위한 기본적 소양과 자질을 갖추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쉽게 떠들어대면서도 가장 지키기 어렵고 지속성을 발휘하기 힘든 것이 ‘기본’이다. 모든 일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 소양과 자질’이다.

‘넥스트 마케팅’을 펼쳐 보기 전의 느낌은 ‘글쎄?’였다. ‘차세대 마케팅’이라는 제목 그 자체에서 불신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느 누가 감히 다음 세대의 마케팅에 대해 쉽게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 원제가 ‘What Clients Love’라는 사실을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알았다. 번역본의 제목만으로 저자를 의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처음 느낌과는 다른 저자의 속 깊은 생각을 읽어 낼 수 있었다. 번역서의 제목처럼 다음 세대의 마케팅을 예측하거나, 어설픈 이론을 만들어 낸 책이 아니었다. 오랜 시절 마케팅과 광고 업계에 몸 담으며 체득한 지식을 쉽게 풀어내고 있었다. ‘기본’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저자의 의도는 목차에서도 잘 드러난다. 마케팅의 4가지 핵심 코드로 꼽은 것은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강력한 메시지’, ‘믿음을 주는 브랜드’, ‘고객을 배려하는 서비스’이다. 모두 고객의 마인드를 사로잡고,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들을 수십 개의 에피소드들로 채우고 있다.

기업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그리고 내가 물건을 팔 때 어떠한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지를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설명해 내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과 영업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물건을 팔아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시간을 내어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이론적 지식이 명쾌하게 드러나고, 깔끔하게 현실을 분석해 낸 책에 쉽게 매혹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소 산만하고 지적 재미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부족하지만, 세상 풍파를 이겨낸 사람들의 경험을 거칠게 읽어 낼 수 있는 책이 있다면 그 나름대로의 맛과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무엇이 고객을 사로 잡는가? – 겸손과 관용, 희생, 진실함, 완벽함, 편안함
그리고 열정이 승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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